춤+ 우리

춤, 미디어를 만나다 8
불붙은 온라인 스트리밍, 문 열린 랜선 공연의 시대
이단비_방송작가, 춤칼럼니스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되다 보니 이전에 없던 현상들이 생기는데, 그 하나가 랜선 이모, 랜선 삼촌, 랜선 집사와 같은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인터넷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랜(LAN)선을 통해 보게 되는 남의 집 아이와 남의 집 애완동물을 마치 내 자녀, 내 애완동물처럼 챙기고 좋아한다. SNS나 1인 미디어의 발달이 온라인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실제의 인간관계로 확장시켜 주고 있다. 그렇다면 랜선을 통해 만나는 예술은 어떨까. 랜선 전시, 랜선 공연도 그만큼 힘을 발휘할까.
 온라인을 통한 공연중계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랜선 공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아티스트들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무대로 삼았고, 방구석 1열의 랜선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 현상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코로나19의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예술의전당 온라인상영회 -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예술의전당




코로나19가 확인시킨 미디어의 왕좌

방송가에서는 올해가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춘추전국시대가 될 거라는 예상안을 내놓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연재기사에서도 강조했었다.

*  ‘OTT가 덮친 미디어 생태계, 무용계의 방향은?’
춤웹진 2월호 참조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22&board_name=dance_we 


 그런데 그 시기가 더 빨리, 그리고 더 거세게 밀어닥쳤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이용자는 2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 2월 40만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수가 불과 2년 만에 5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는데 현재는 ‘집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가 제작, 배포한 <킹덤>은 현재 최고의 화제작이기도 하다. OTT 채널에서 이용자수 1위를 달하고 있는 유튜브는 지난 해 국내 이용자만 3,000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OTT 이용률은 52.0%를 기록했다. 2명 중 한 명은 OTT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과거 국가 재난이나 위기의 상황에 사람들은 라디오를 켜고 귀를 기울였고, 그 이후에는 9시 뉴스를 기다리던 시기를 거쳐 24시간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시시각각 올라오는 뉴스를 보며 위기의 상황들을 체크했다. 그런데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미디어 업계의 왕좌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보다는 유튜브나 스마트폰에 올라오는 내용들을 더 많이 보고 있으니 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스마트폰을 일상생활의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자는 63.0%로 2016년과 비교해 7.5% 증가했다. 반면 TV를 선택하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젊은 세대 뿐 아니라 60~70대에서도 마찬가지. 60대와 70세 이상의 경우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한 비율이 3년 만에 두 배 가량 늘었다. 여기에 더해 재난, 재해 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TV 앞에서 뉴스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의 필수 매체 인식 변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재난, 재해 시 필수 매체 인식 변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런 결과와 반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체 점유율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방송매체별 광고매출 점유율 추이(2016~2018)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런데 이 보고서들은 작년까지의 통계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에 관한 뉴스들이 1월부터 쏟아져 나온 것을 감안하면 현재 이 수치는 더 드라마틱하게 변화해 있을 게 자명하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TV 시청률도 올라갔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월 4번째 주에는 개인 시청 시간이 전주 대비 10.6%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OTT 채널의 이용자가 늘고 있다. 뉴스도, 엔터테인먼트도 모두 스마트폰 하나 들고 해결하고 OTT 채널로 확인하고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아성은 지상파를 비롯한 기존 미디어 강자들이 혁신적인 무엇을 내놓지 않는 한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닫힌 공연장, 안방으로 찾아간 랜선 공연

이런 변화가 공연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코로나19로 공연계는 가장 활발하게 기지개를 켜야 할 때에 보릿고개를 맞았다. 이 춘궁기가 쉽사리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자 공연예술계도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온라인 마켓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던 미술계는 이 상황에 대처하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해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대형 미술관들은 온라인 전시를 열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 중이다. 로마 바티칸 미술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등 세계 10대 미술관과 박물관이 온라인 무료전시를 오픈했다.
 랜선 전시회 못지않게 랜선 공연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베를린필하모닉은 4월까지 모든 공연을 접는 대신 온라인 콘서트홀에서 계속 공연 영상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오픈했다. 특히 600편에 달하는 모든 영상을 한 달 간 무료로 마음껏 볼 수 있게 오픈해서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단도 일제히 랜선 공연을 열었다.
 로열오페라하우스의 경우 해시태그 ‘#OurHouseToYourHouse’라는 이름 아래 발레 두 편과 오페라 두 편을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공개한다. 랜선 공연으로 오픈되는 발레 작품은 <피터와 늑대(Peter and the Wolf, 2010)>, <변신(The Metamorphosis, 2013)>이다. 특히 <변신>의 경우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발레화한 작품으로 연극적 요소와 주인공의 내면 묘사,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들이 기발해서 앞으로 변신을 주제로 이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작이다. 이외에도 로열오페라하우스는 Marquee TV를 통해서 한 달간 무료로 작품들을 스트리밍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무료 체험 기간이 종료 후에는 한 달에 8.99달러, 약 1만 원 정도의 이용료가 부과되는데 무용,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예술장르의 작품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한 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로열오페라하우스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royaloperahouse
*Marquee TV https://www.marquee.tv/

 우리 공연장과 예술단체들도 나섰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온라인 연주로 베토벤의 <영웅>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실시간 스트리밍하면서 이번 사태를 이기고 모두 영웅으로 우뚝 서기를 기원했고, KBS교향악단은 디지털 케이홀 K-Hall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술의전당은 3월 20일부터 연극, 발레, 클래식 연주회 등 공연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하면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3월 20일,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면서 3일 간 총 8만4555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다고 예술의전당은 전했다. 예술의전당은 그동안 공연 영상화사업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었고 이 어려운 시기에 그동안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013년에 시작한 이 사업은 그동안 지역 문화회관과 영화관에서 상영해 왔는데 이렇게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오픈하기는 처음이다. 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인기로 예술의전당은 당초 계획보다 더 연장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다양한 장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객에게도 큰 즐거움이 되겠지만 예술의전당 입장에서도 그동안 진행해온 영상화사업의 성과나 방향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연이 어떻게 연계해서 사업이 펼쳐질지 호기심이 가는 부분이다.

*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sacmusichall 




예술의전당 온라인상영회 현장 ⓒ예술의전당




 무용공연으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이 3월 21일 두 차례 공연됐는데 유니버설발레단은 온라인 공연의 호응에 힘입어 자체 유튜브 채널에서 3월 27일~4월 5일까지 발레 <춘향>을 10일 동안 오픈하기도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BalletUBC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공연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세종문화회관도 온라인 공연을 오픈했다. 오페라, 무용, 클래식, 어린이 공연 등 여러 장르를 ‘내 손 안의 극장’이란 이름으로 3월 14일부터 4월 5일까지 주말마다 오픈한다. 무용 공연으로는 4월 18일에 서울시무용단의 <놋(No One There)>이 준비됐다.

*세종문화회관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sejongpac

 국립극장도 이례적인 온라인 상영을 결정했다. 3월 25일부터 2주 동안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온라인에 상영하는데 그 첫 작품으로는 지난 해 주목을 받았던 국립창극단 <패왕별희>로 결정됐다. 국립극장은 그동안 NT Live 라는 이름으로 극장 안에서 공연작을 상영하는 서비스는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공연 실황 전막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ntong2
* 국립극장 네이버tv  https://tv.naver.com/ntok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 장면 ⓒ국립극장




 그동안 공연실황을 중계하는 것은 방송사들을 통해서 이뤄져왔다. 라디오의 경우 KBS 클래식FM에서 종종 생방송으로 연주회 실황을 중계했었고, MBC 에서 공연중계를 하고 있다. 연말이나 특별한 경우 이런 공연실황이 편성되는데 이렇게 공연장에서 영상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과연 방송사에서 공연실황 중계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연주자들이나 공연단체가 직접 스트리밍 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예능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포맷’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었고 지금도 그렇다. 공연중계와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방송사들은 포맷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혹은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무관중, 1인 미디어, 랜선 공연의 사회적 거리두기

공연단체와 연주자들이 직접 나서서 랜선 공연을 주도하는 사례들도 이번 코로나19로 두드러졌다. 특히 이 부분은 1인 미디어가 갖는 특징이나 장점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이 간다.
 지난 2월 26일 바리톤 이응광 성악가가 릴레이를 하나 시작했다. 모든 공연이 취소된 지금, 온라인으로라도 음악을 전하자는 취지 하에 시작한 이 ‘방구석 클래식’ 챌린지는 여러 아티스트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처음에는 이응광 성악가가 속해있는 기획사, 봄아트프로젝트 소속 아티스트들로 시작해서 이후 해외에 있는 아티스트들도 합류하고, 독일인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도 피아노 연주로 자작곡을 선보이는 등 인기를 끌었고 지상파 방송사들과 다양한 방송 채널에서도 이 릴레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취재와 촬영이 이어지고 했다.
 사단법인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에서도 ‘다함께 씽씽씽’ 이라는 이름으로 릴레이 챌린지를 펼쳤다. 이 릴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연주자의 집이나 연습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무대 위의 정제된 모습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평상시 모습을 볼 수 있고,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깝게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한 번 경험한 아티스트들은 이후 자신의 1인 미디어 채널을 열거나 이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응광 성악가의 경우도 이후 ‘응광극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VLIVE 방구석클래식  https://www.vlive.tv/search/all?query=%EB%B0%A9%EA%B5%AC%EC%84%9D+%ED%81%B4%EB%9E%98%EC%8B%9D 




바리톤 이응광 성악가를 시작으로 릴레이가 이어져 오고 있는 방구석 클래식 현장 ⓒ봄아트프로젝트




방구석 클래식은 다양한 방송채널에서 보도되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이 방구석 클래식을 처음 시작한 플랫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VLIVE(브이라이브)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VLIVE의 경우 기존에 인기 연예인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팬과 스타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이런 점을 춤계에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동안 무용공연도 VLIVE를 활용해 오고는 있었다. 이전에도 주로 창작산실 작품들을 위주로 VLIVE로 무용 공연을 실황 중계해왔다. 2019창작산실 신작들도 VLIVE를 통해 중계가 됐는데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Swan Lake; The wall>, 시나브로 가슴에 이 그것이다. 시나브로 가슴에 은 3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점에 공연날짜가 잡힌 터라 관객 없이 오로지 VLIVE를 통해서만 공연을 했다. 무관중 공연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무용계에서도 서서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관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단 예술감독 타마라 로조(Tamara Rojo)의 경우 발레 클래스를 하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홈 트레이닝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주방 싱크대를 잡고 바 트레이닝을 하나씩 설명하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실시간 스트리밍하고 있고, 키친 발레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 예술감독 타마라 로조의 키친발레 클래스가 업로드 되고 있는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단 https://www.youtube.com/user/enballet




잉글리시 내셔날 발레 예술감독 타마라 로조의 키친발레 ⓒ페이스북 캡처




 뒤이어 네덜란드국립발레단과 함부르크발레단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발레 클래스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서 자신들의 발레단 단원들 뿐 아니라 전 세계 발레인들에게 함께 홈 트레이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두 발레단의 영상은 바 트레이닝에 국한되지만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니라 편집 후반 작업을 통해 자막과 함께 풀샷, 클로즈업샷, 다양한 샷의 변화로 동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특히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경우 피아니스트와 함께 하면서 반주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함부르크발레단의 경우 발레 마스터의 서재에서 발레단 수석 무용수와 함께 시범을 보이는데 'Come on, everybody'를 외치며 책장을 잡고 함께 움직이는 발레 마스터의 모습이 훈훈하다. 키친 발레에 이어 거실 발레, 서재 발레라는 새로운 해시태그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발레를 선보이고 있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주니어컴퍼니의 아티스틱 코디네이터 어니스트 Ernst Meisner와 피아니스트 Rex Lobo ⓒ유튜브 캡처




서재에서 진행하는 함부르트발레단의 바 트레이닝. 발레 마스터 Lloyd Riggins와 수석 무용수 Madoka Sugai ⓒ유튜브 캡처




 클래스 영상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하는 상황을 재밌게 표현해 영상을 올리는 무용수도 있다. 발레 무용수 다닐 심킨(Daniil Simkin)의 경우, 이전에도 일상과 발레를 접목해서 코믹한 영상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재치를 발휘했다. 코로나19로 <라 바야데르> 공연이 취소되면서 발코니에 갇혀 나가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레의 몸짓과 함께 재밌게 만들어 올린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위트 있게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지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영상을 업로드 한 다닐 심킨 ⓒ페이스북 캡처




 위기가 기회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이런 말들을 종종 듣게 된다. 말이 좋지 현실은 참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연이 모두 취소된 지금, 생계를 위협받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무용수들, 안무가들도 랜선 공연이나 온라인 스트이밍을 활용해서 관객들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방구석 클래식 같은 챌린지를 무용수들, 안무가들도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춤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춤을 잘 모르거나 보러 가지 않는 사람들과도 춤이나 무용수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나눌 수 있으면 어떨까 싶다. 채팅창에는 입시를 앞두고 있는 무용학도들의 질문 공세가 더 많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무용학도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고, 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픈해도 좋다. 테마는 출연자가 정하거나 채팅 도중 이야기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시도다. 적어도 이 시도는 프로모션의 방향이나 방법을 체득할 기회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그 이후, SHOW MUST GO ON-LINE?

코로나19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제는 코로나를 안고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연은 현장감,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는 자리이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이나 온라인과는 정반대에 놓인 영역이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가장 친화력이 떨어져 보이는 분야와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라 함께 이 위기를 넘어보자는 파이팅 넘치는 구호도, 예술을 통한 위로도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과 손잡은 공연계의 움직임이 이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이 부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예전에 메르스 문제가 터졌을 때도 사태가 진정국면이 들어서면서 공연계가 활황이 됐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보릿고개만 잘 넘기면 다시 공연계에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다.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돼있기도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사람들이 이제 공연장이 아니라 집에서 랜선 콘서트, 랜선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부분이다. 과연 이 부분이 사태 진정 이후 어떻게 뻗어나가게 될까. 예측도와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첫째, 대형 공연장들은 오프라인 공연과 랜선 공연의 이원화 체제를 도입하고 랜선 공연의 유료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예술의전당의 경우를 보면 이번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픈하고 3일 만에 8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시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공연 영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유료 회원이나 혹은 시청권 유료 판매가 가능한 온라인 공연장을 오픈해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온라인 공연에서 보인 공연 영상의 질은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공연장을 오가는 시간이 부족한 관객들의 경우 향후 온라인 공연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1800년대 코카콜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의 마케팅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료시음권을 나눠줘서 사람들에게 그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우도 한 달 간 무료 시청권을 주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이미 맛을 봐버렸을 때는 그 맛을 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실제로 유료 온라인 공연의 성공사례도 있다. 지난 3월 28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함께 ‘스테이지 앳 홈’이라는 이름으로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생중계했다. 이 온라인 공연은 관람권을 7.9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 정도의 금액에 판매됐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경우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1분 안에 모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는 아티스트다. 실연으로 듣는 것과 같지는 않겠지만 이번 온라인 콘서트 예매 현장은 1분 안에 티켓이 사라지는 진풍경이 아니라 조성진의 연주티켓이 결제되는 진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온라인이라면 전 세계에서 몇 명이라도 접속해서 볼 수 있는데다, 실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티켓 가격도 매력적인 부분이라 앞으로 랜선 공연의 유료화는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둘째, 무용계는 댄스필름의 제작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공연영상은 이미 기록용이 아니라 그 이상을 넘어섰다. 규모 있는 무용단체들은 이미 내부에 영상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영상의 수준을 조금 더 높여야 할 것이다. 공연실황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갖고 편집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영상 제작을 위해 공연하는 경우도 올 수 있다. 말 그대로 댄스필름의 제작이다.

 셋째, 무용단체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적극적인 필요가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안무가와 무용단체의 예술감독, 혹은 무용수 스스로가 나서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부에 영상팀을 따로 꾸릴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한 단체라도 그렇다. 핸드폰 하나만 갖고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28일에는 예브게니 키신, 마리아 조앙 피레스, 루돌프 부흐빈더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 자신의 집에서 방구석 콘서트를 열었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이 주도한 이 랜선 콘서트는 각각의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연주 영상을 보내고 이것을 이어 붙여 스트리밍 한 것이다.
 물론 연주는 한 자리에서 가능하지만 춤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1인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각각의 무용수들이 집에서 춤을 추고 그걸 이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도 생각해볼 수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필하모닉 단원들의 경우, 각각 자신의 집에서 연주한 영상과 오디오를 하나로 합쳐서 독주를 합주로 완성해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어폰을 꽂고 다른 악기 연주자의 소리를 들으면서 연주해 하나의 음악을 완성한 것이다. 이들이 연주한 베토벤 <합창>. ‘From us, for you’라는 제목으로 업로드 된 이 연주영상은 이미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어섰는데 편집도 단원들이 직접 했다고 알려져 더 화제가 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필하모닉 단원들이 각자 집에서 연주해서 하나로 완성한 베토벤 <합창> ⓒ유튜브 캡처




*네덜란드 로테르담필하모닉 베토벤 <합창>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eXT60rbBVk

 넷째, 랜선 공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경우 공연 영상의 기술은 지금보다 입체화될 것이다.
 즉, 방구석 1열에 앉아서도 진짜 공연장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발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이미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공연 중계를 VR로 진행했고 향후 이 시스템은 발전 가능성이 가장 많은 분야라고 생각된다. 이제 예술과 기술은 한 배를 타야 할 운명이다.


예술을 향해 바이러스가 던진 질문

사진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화가였다. 사람들은 초상화를 의뢰하지 않을 것이고 수입에는 막대한 지장이 생겼으니 말이다. 지금은 어떤가. 초상화는 그 당시 가졌던 목적과는 달라졌지만 사진과는 다른 가치와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초상화가 갖는 힘은 사진이 갖는 힘과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자리 잡았고 각자의 영역도 달라졌다. 실연과 랜선 공연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라고 예상한다. 분명히 댄스필름이나 공연 영상화 관련 산업이나 기술은 더 발달하게 될 것이고, 공연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기술까지 등장할 날이 올 것이다. 랜선 공연을 실연보다 선호하는 관객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건 연주회장에서 직접 듣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로 세팅된 스피커, 오디오로 집에서 음반을 듣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음악 애호가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요는 파이 나눠먹기가 될지는 몰라도 실연은 그 가치를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은 단순히 작품을 보고 듣는 그 이상의 힘이 있다. 공연장을 가는 길을 즐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객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그 공연장 안의 공기를 호흡하는 일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기본인 자본주의 세상에 부응하려 했다면 티켓이 많이 팔리지 않는 많은 춤 공연과 예술 공연들은 이 세상에서 진즉에 사라졌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불붙은 랜선 공연은 그 나름의 유용성과 생명력을 가지고 확장해나갈 것이고, 동시에 실연과 공연장의 문화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와 생명력을 갖고 뻗어나갈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는 말을 요즘 따라 더 상기하게 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술의 영역은 늘 변신을 해왔다. 건축과 사진처럼 예술이 아니었던 것이 예술이 되고, 신을 경외하고 신과 이데아의 형상을 표현하던 예술은 오롯이 나 하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예술의 영역에 온라인의 등장은 우리가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이다. 예술가가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영매가 되었다면 온라인은 무엇이 될까. 바이러스 하나가 예술에도 새로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단비

KBS, SBS를 시작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MBC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레와 무용 칼럼을 쓰면서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 

2020. 4.
사진제공_예술의전당,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유니버설발레단, 국립극장, 봄아트프로젝트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