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재개관 페스타
다장르, 소규모 창작 공연장으로 재도약
김인아_<춤웹진> 기자
마포아트센터가 소극장 플레이맥을 재개관하였다. 2002년에 만들어진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은 170석 단층 규모에 6.63×4.75m의 비교적 작은 고정형 무대, 제한적인 장비 시스템 등의 단점을 갖고 있었다. 주로 연극, 소규모음악회, 어린이뮤지컬 및 행사 위주의 무대로 활용되던 플레이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마포문화재단은 지난해 7월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했다.
 약 8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관한 플레이맥의 가장 큰 변화는 무대에서 찾아진다. 고정형에서 블랙박스형 조립식 무대로 바뀌었고 7.8×9.6m(74.8제곱미터)로 크기도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그리드 형식의 조명 시스템, 보완된 음향 시스템을 구비했다. 시야각을 고려해 재배치된 객석은 200석 복층 규모로 확장되어 보다 많은 관객을 수용하는 소공연장의 강점을 갖췄다. 

 


 넓어진 무대와 객석, 전문화된 시설을 갖춰 재탄생한 플레이맥은 다장르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포아트센터는 3월 6일부터 4월 15일까지 플레이맥 재개관 페스타를 개최하여 무용, 연극, 클래식, 콘서트, 뮤지컬 등 장르를 망라한 12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무용 분야에서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1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각기 다른 성격의 세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플레이맥 재개관 페스타의 첫 번째 춤으로 오른 예효승의 〈Voice of Acts〉은 외부와 맺는 관계에서만 존재하고 형성되는 몸을 강조한 작품으로, 첼리스트 지박의 즉흥연주와 사운드, 오브제, 관객의 시선과 같은 외부의 자극에 시시각각 반응하고 변형되는 몸짓을 50분간의 솔로로 보여주었다(3월 14일 공연).
 두 번째 춤 프로그램인 누에보플라멩코컴퍼니의 〈엘 비아헤 : 여행〉은 국내 창작 플라멩코를 만나는 무대였다(3월 16일 공연). 스페인어로 여행을 뜻하는 ‘엘 비아헤’를 주제로 여행을 통한 도전, 자기성찰, 변화의 과정을 애절한 기타 선율과 토해내듯 거친 노래, 화려하고 열정적인 춤으로 담아냈다.




 이번 페스타의 마지막 춤 프로그램이자 춤 작품 가운데 유일한 신작이었던 유빈댄스의 〈안무 노트〉는 “노동으로서의 안무 과정, 직업으로서의 안무가”를 소개하는 렉쳐 퍼포먼스였다(3월 20일 공연, 필자 관람). 작업의 시작점이 되는 춤에 대한 관점과 안무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완성된 작품의 의미를 쫓거나 작업의 에피소드를 단순히 공유하는 기존의 렉쳐 퍼포먼스와 사뭇 달랐다.
 안무가 이나현은 영상으로 안무작을 보여주며 작품의 구상에서부터 움직임으로 발전해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무용수를 작품의 도구가 아니라 작품을 함께 만드는 창작자로서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하나의 동작절을 만들어가는 안무 과정을 즉흥으로 실연해 보이기도 했다. 1분 정도의 짧은 움직임을 구성하기 위해 훈련에 가까운 동작 연습과 의견 조율이 거듭됐는데 그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지난한 것이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창작자로서 거쳐야 하는 수많은 고민과 고된 노동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직업으로서 안무가의 녹록치 않은 삶을 담담하게 대변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춤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작업을 할 때, 공연을 볼 때 내가 느끼는 감성의 지진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그 감칠맛이 여러분의 삶을 맛있고 다채롭게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안무 과정을 실연할 때 나 역시 창작의 일원인 것처럼 몰입하게 됐다. 동작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창작을 향한 열정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춤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임을 깨달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마포문화재단의 이창기 대표이사는 “플레이맥은 규모는 좁은 편이지만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공연장으로 재탄생했다. 솔로와 프로젝트 그룹의 소규모 공연이 펼쳐지는 실험적인 창작 거점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서 “이번 재개관 페스타를 시작으로 장르별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확대될 것이다. 여러 장르를 소개하는 지역 공연장으로서 특정 장르 중심의 공간이 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일정 시즌에 한해 무용 페스티벌이나 기획 프로그램 개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신진안무가들이 설 수 있는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이 춤계의 다양한 창작 욕구가 실현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8. 04.
사진제공_마포문화재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