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춤 지성의 공백 부르는 매너리즘 타파해야
2012년 춤계 현실을 진단한다

 

사회: 이번 춤웹진은 춤계 흐름 진단을 주제로 해서 한국춤비평가협회 공동대표들을 모시고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족된 지 3년을 앞두고 있다. 그간 협회는 기틀을 구축하고 매체를 정착시키고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제는 협회가 춤계 현실에 대해 비평가 입장에서 적극 대처할 역량을 축적했다고 생각된다. 이번 춤웹진은 21012년도 춤계를 중심으로 춤계의 주요 현안을 짚으며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좌담회를 마련한다. 먼저 일전에 끝난 서울무용제를 다 보셨는지 모르겠다. 80년대 말에 한국춤평론가회에서 별도로 심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서울무용제에 관심들이 대단하였는데, 지금은 서울무용제 비중이 매 낮아졌다는 것이 큰 문제거리이다. 춤비평가협회 발족 이래 3년 동안 의견을 표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 저는 작년과 이번에 하루씩 참관하였다. 그럼에도 참가 작품의 면면을 보면 춤계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상부터 갖게 된다. 이것이 춤계에서도 중론인 것 같고, 아니면 대부분 관심도 적으므로 별 판단이 없는 것 같다.

장광열: 예전에 서울무용제는 춤계의 매우 중요한 행사중 하나였다. 종료되면 언론에 관련 기사가 보도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지금은 예전 같은 조망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은 단일 무용협회 행사로 전락한 감이 매우 짙다. 그럼에도 연기상 수상자에게 병역 특례가 주어지고, 본선 참가 단체에 선정되면 일정한 창작 지원금이 주어지는 것은 무용가들이나 단체들에게는 충분한 매력으로 작용될 만하고 결국 이것이 그나마 이 행사를 지탱해오는 요인인 것 같다. 경연 작품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개막제 등의 프로그램 구성도 빈약하고 심사의 객관성 등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사회: 올해 서울무용제가 언론에 보도된 실적을 보면 사실상 초라하다. 인터넷 검색 결과도 그렇다. 혹시라도 서울무용제가 널리 알려지지 않는 것이 주최 측이 원하는 바가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서울무용제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서울문화재단부터 대책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정 학맥의 참가가 눈에 띄는 것 같다. 특정 대학 학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단체가 다수인 것으로 보이고, 이런 현상을 서울문화재단이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태원: 대한민국무용제, 서울무용제, 서울국제무용제, 다시 서울무용제로 바뀌었는데, 이번에 단 하루 보았지만, 한국 춤계를 대표해오던 행사가 이제는 그렇지 않고 협회 행사처럼 되어버렸다는 판단을 굳히게 되었다. 언론보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물론 무용협회의 잘못이다. 심지어 무용협회 자체가 언론의 공신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에서 반성과 대책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작품 측면에서 보면, 전국무용제와 사이클이 맞물려 가면서 ‘내수용 춤 시장’이 끝났음을 느끼게 된다. 웬만큼 알려진 무용가들은 서울무용제나 전국무용제에서 거의 대부분 수상하였기 때문에, 이 점에서 서울무용제의 비중을 과거처럼 크게 중시하지 않는 풍조가 있다. 전국무용제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서울무용제나 전국무용제나 참가하는 안무자의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과거 무용제들을 보면 20대 후반, 30대가 다수였는데, 지금은 40세를 훨씬 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창작적 발상이 한창인 30대의 참가 비중이 낮아지고 있어서, 예술적 경쟁력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 춤비평가협회 회원들이 이전 시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다가 이제는 관심이 덜한데, 계속 무관심하며 방치할 것인가 하는 반성이 든다. 그래서 올해 이후 본격적인 검토를 겸해서 토론회도 열어나가는 등 관심을 불러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 특정 학맥이 서울무용제 참가를 주도한다는 지적은 아마도 무용협회가 전국을 커버 관리하려는 차원에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유추된다. 거듭 서울무용제는 젊어져야 한다.

 

 

 

장광열: 서울무용제와 전국무용제는 일종의 공공적인 성격을 띠는 행사이다. 그런데 이 행사의 주체가 (사)한국무용협회로 되어 있다 보니 그 공공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공적인 지원금을 받는 전국 규모 행사의 경우 그것이 태동될 때와 작금의 달라진 환경에 대한 여건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그 운용을 변모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이 두 행사의 경우는 특정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사설 단체인 한국무용협회가 맡아 전체 행사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인된 공적 기구가 맡아 공공성을 더욱 살려내고 행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운영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태원: 서울무용제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민간 주도의 다른 춤 페스티벌들이 매우 많아졌다. 다른 춤 페스티벌들에 비하면, 서울무용제나 전국무용제가 참가 단체들에게 지원하는 규모가 크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다. 무용제를 위한 기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그만한 대표성이 있는지 다시금 점검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병옥: 서울무용제가 과거에는 거의 유일하며 대표적인 춤축제였다시피 하였는데, 그후 다른 춤제전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다가 전국무용제가 생겨나 지역을 위한 제전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서울과 지역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전국무용제가 전국을 커버하는 듯한 인상도 갖게 된다. 물론 전국무용제의 한계도 있겠는데, 대표성 면에서도 서울무용제보다 커진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그런데다가 서울무용제가 무용협회 중심이 되다보니 행사로서의 당위성이 약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무용제를 더 크게 하든지 서울무용제를 무용협회 행사로 국한시키든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

김태원: 서울무용제와 전국무용제를 함께 묶어 춤계 내부의 대책을 세우자는 데 대해 동감이다.

 

 

 

사회: 서울무용제를 특히 초창기에 관측하셨던 이순열 선생님께서도 의견을 주셨으면 한다.

이순열: 매사에 첫 단추가 중요하다. 대한민국무용제가 생긴 것은 좋았는데, 어떤 비전을 갖고 시작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이 누구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 초창기에 심사위원으로 수차 참여한 적이 있다. 심사위원 면면을 봐서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수가 왕왕 있었고 심지어 절망감마저 들었다. 미리 수상작을 예견하는 풍문이 돌기도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4회 때 심사결과는 그 풍문을 벗어났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몇몇 심사위원이 양식을 발휘한 결과로 해석되었다. 풍문에 나도는 작품을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한다는 말인가 하는 반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언론에서 그 낌새를 알아채고 공론화하자 어느 대학 신문 편집자가 나에게 기고를 요청해온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당시 각 예술 분야 평론가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가 있었는데, 제가 회장을 맡았을 때였다. 그때 문예진흥원의 어느 간부가 내 기고문을 읽었는지 예술평론 협의체에 항의를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문예진흥원의 기금 지원을 받는 협의체이니까 산하 어용 단체로 인식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무용, 연극 분야 평론가들이 협의체를 탈퇴하고 공연예술평론가협회(공평)가 발족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 초창기 대한민국무용제는 문예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무용협회가 주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다가 한국무용협회 주최로 전환하였는데,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다가 서울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문화재단 지원사업이 되었다. 한국무용협회로 주최측이 전환되었을 당시부터 심사위원 구성, 심사의 객관성 그리고 수상작의 수준 등이 계속 문제점으로 꼽혀 왔었다. 이런 문제점이 장기간 심화되다 보니 90년대 중반 이래 이제는 춤계에서 등한시하는 행사로 전락했고 춤계에 끼치는 예술적 영향력도 더욱 미미해졌다. 서울무용제가 들이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그렇지 못하므로 그 예산으로 다른 사업을 하든가 아니면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순열: 대한민국무용제 초창기에 심사위원으로 선임된 인물을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무용인이 당시를 ‘무용계 르네상스 시기’라 발설한 바 있고 그래서 무용계 르네상스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 그 표현이 적절하려면 르네상스 정신이 발휘되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몬도가네 같은 현실은 여전하다는 판단이어서 르네상스 정신 회복이 여전히 강조된다. 판을 새로 짜는 진정한 르네상스가 와야 할 것이다. 인간 존엄성과 겸허함을 끊임없이 회복하려는 새 흐름이 춤계 도처에서 흘러야 할 것이다. 남보다 나은 위치에 있으면 서로를 융화시키는 휴머니즘을 발휘하는 등 그만한 미덕을 보이는 모범이 요청된다. 표현이 어떨지 몰라도, 새 르네상스의 활로가 새해부터 진척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회: 80년대에 춤 르네상스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하고부터 이제 르네상스란 말을 다시 쓸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오늘 새삼 르네상스란 말을 듣게 되어 더욱 춤계를 되돌아 보게 된다. 그러면 올해 화두였다시피 한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50주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으면 한다.

 

 

 

김태원: 올해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이 50주년을 맞았는데, 국립무용단은 단장 교체 등으로 기념 행사를 제대로 치루지 못한 것 같고, 국립발레단(예술감독·최태지)은 기념 행사 꾸준히 개최한 것으로 본다. 연초의 <지젤>, 그 다음 <스파르타쿠스> 재공연, 모던 발레 창작, 국악과의 <조우> 그리고 <왕자호동> 공연 등으로 나름 활발함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단지 하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50년 국립발레단사(史)를 정리한 책이다. 이번에 국립발레단이 출간한 이 책을 보면 첫눈에 빈약하게 서술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글의 구성에서도 균형감이 없다. 이순열 선생님뿐 아니라 여러 평론가들이 국립발레단에 대해 기고하거나 집필한 글들이 다양하면서도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용되지 않았고 참고문헌들도 매우 빈약하다. 방금 르네상스란 말씀을 하셨지만, 르네상스에서 중시되는 점으로 지성의 회복이 들어지는데, 지금 ‘춤 지성’이 과거에 비해 후퇴하거나 공백인 상태라는 점을 확인할 만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이 연장 선상에서 다음 국립무용단이 50년사를 정리하는 데 있어 참조할 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국립무용단이 송범 전임 단장의 흉상 제작 건을 이와 결부해서 보면 갸우뚱거려지기도 한다. 흉상에 각인된 무용인 명단에서 일정한 기준도 느껴지지 않는 등, 애매한 점이 있다. 국립무용단이나 발레단이나 흉상을 세우는 일은 훌륭한 일이지만, 역사성과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반성되어야 할 일이다.

사회: 지성의 공백이나 후퇴가 심각하다는 데 동감한다. 흉상 제작은 어찌 보면 춤계의 큰 이벤트라 할 수 있는데, 언론 보도가 미약했고, 그 배경으로는 흉상 제작 과정이나 절차가 치밀하지 못했던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태원: 더 나아가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을 비롯하여 국공립 단체가 프로그램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공연을 올리는 관행도 같은 맥락에서 지적될 필요가 있다. 국립무용단의 경우 올해 신임 단장의 과거 작품을 다소 개작해 올렸는데, 그런 공연이 어떤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외국의 경우 전문 연극단체의 운영에 드라마투르기나 리터럴 어드바이서 같은 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프로그래밍과 관련한 제도가 없이 예술감독이 결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문제라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1992년 예술감독제를 채택했지만 ‘예술감독의 역할’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예술감독은 자신의 예술적 역량이나 식견에 더하여 여러 전문 분야의 소견을 수렴하여 해당 단체의 예술적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예술감독은 뭔가 전권(全權)을 행사하는 직책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자기 임의대로 행하는 것이 예술감독의 역할은 아닌 것이다. 국공립의 단체의 경우 재정 지원이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최근 그 역할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민간 단체의 경우는 단체 수는 느는데, 지원금은 한정되어 있으니 개별 지원금은 점차 줄어들고 해서 독립 춤단체나 개별 민간 단체의 활동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공립 단체의 급료 수준은 향상되고 있다. 수도권의 어느 연구 단체의 예술감독의 경우 연봉이 1억선인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는 직업무용단원들의 단원들의 급료는 계속 오를 것이다. 따라서 국공립 단체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도덕성, 이런 점들을 제대로 제시하고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순열: 지금에 이르러 심지어 지성의 공백이 심하게 우려된다. 그동안 춤계가 전반적으로 기량 면에서는 엄청난 비약을 이룬 데 비해, 정신적으로나 지성적으로 답보 상황을 거듭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 쪽은 비대해지는데, 한 쪽은 메말라가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어떤 결과가 될지 반성해야 한다. 예술이 아니라 눈과 감각을 만족시키는 오락 정도에 머문다면 곤란하다. 국립무용단의 경우 전통을 적절히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는데, 지난 시대의 졸작(拙作)까지 받아들이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극복해야 할 쓰레기를 가려내는 안목과 식견이 요구된다.

 

 

 

김태원: 국립현대무용단이 발족한 이래 국립무용단의 경우는 그 좌표가 다소 불투명해진 감이 있다. 컨템퍼러리 댄스를 추구하는 국립현대무용단 그리고 궁중 정재 등 전통 유산을 정리해가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활동에 견주어 국립무용단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춤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묻고 구하는 과정부터 필요하다고 본다. 예술감독의 최우선 직무는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단원을 훈련시키는 일이겠지만, 단체의 좌표를 정립하는 직무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술감독의 인식 범위가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병옥: 국립무용단이 한국을 대표하는 시기가 있었으나 이후 다른 시도(市道)에 공립 단체들이 생겨난 탓도 있겠지만,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위상을 국립무용단은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순열: 예전에는 언론에서 관심을 기울였으나 지금은 언론도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있어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뿐만 아니라 국공립 무용단들이 일신된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장광열: 방금 지적하신 “지성의 공백이 심각하다”는 점에 동감이다. 전체적으로 올해 공공 직업무용단들은 총체적인 부진을 보여주었다. 국립발레단은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이래 예산이 크게 증액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공연들을 기획해오고 있다. 홍보를 위한 예산 증액으로 언론을 통한 노출 빈도도 무척 증가했다. 올해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의 <지젤> 공연과 황병기의 창작음악과 3명 안무가와의 만남을 시도한 기회공연인 <조우>는 트리플 빌 공연으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도 거두었다. 반면에 국립발레단이 창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올린 창작 발레 <왕자호동>은 한마디로 졸작이었다. 지난해 초연한 작품인데도 재공연을 통해 보여지는 작품의 수준은 발레 전막 작품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요소들을 상당 부문 상실하고 있었다. 외형적인 공연 횟수의 증가보다는 질적인 성장과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것이다.
 국립무용단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예술감독 선임에 실패하는 예술행정의 난맥상을 보이더니 창단 50주년을 맞아 올린 작품도 재탕 위주의 진부한 공연으로 실망을 안겨주었다. 무용단 노조의 잘못된 운영 행태와 국립 단체의 예술감독 하나 제대로 선정하지 못하는 국립극장 예술행정의 실종, 그리고 국립무용단의 모호한 방향성 등 총제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윤성주 신임 예술감독이 국립무용단의 향방을 일단 무용극으로 표방했으나 그 무용극이 예전 송범 스타일의 무용극과 같은 형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가 예술감독 부임후 처음 선보인, 자신의 예전 안무 작품을 재구성해서 올린 11월 공연은 그런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바가 컸다.
 국립현대무용단 역시 지난해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표류했다. 올해 홍승엽 예술감독이 ‘호시탐탐’이란 제목으로 선보인 2개 신작은 범작에 머물렀다. 특히 <냅다. 호랑아 콧등을 걷어찼다>는 수준 이하의 안무력을 보여 일반 관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2명의 무용전공 교수를 초청한 객원 안무가 초청 공연 역시 질 낮은 공연으로 혹평을 받았다. 11월말 해외 안무가를 초빙해 올린 작품은 무대미술 등에서 보여지는 시각적인 이미지의 구축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의 확보란 면에서는 실망스러움을 안겨주었다. 예술감독의 능력은 계약기간 동안의 작품의 질과 단체의 발전 정도를 가늠해서 평가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작품별로 무용수를 오디션해서 운영하는 현재의 단원 운영 체제는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국립발레단과 국립무용단이 각각 창단 50주년을 맞아 장기간 단장을 맡은 고 임성남 단장과 송범 단장의 흉상을 제막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그들의 예술적인 작업을 제대로 조망하는 노력은 없었다. 외형적으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남긴 공과를 제대로 짚고 두 국립 단체의 나아갈 향방을 진솔하게 모색하는 발전적인 작업이 함께 병행되었어야 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예술가의 장기집권은 한국 춤계 발전에 기여 바도 있지만 한국춤의 국제화와 세계성 획득의 발목을 잡은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원: 이번 기회에 꼭 제안하고 싶은 점으로서, 각 국공립무용단 ‘학예관직’을 설치해야 한다. 이 점은 지성의 공백과도 연관이 있는데, 국립무용단이나 국립발레단,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자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역사적 연원 추적, 해외 공연 지원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 제작 등을 고려해보면서 다면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하므로 춤 분야 학예관이 3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전국의 시도립 무용단들도 매 공연마다 정리된 자료 파일이 작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공연만 하고 대부분 끝나 버린다. 말하자면 역사화(歷史化) 작업은 뒷전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프로그램 자문위’가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는데, 현재 명목상으로 있는 여러 명칭의 자문위는 사실 부실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 정부(문화관광부) 지시도 그럴 것 같은데, 따라서 극장 측 입장에선 여러 자문위 운영 수당을 줄이려고 할 것이고, 그러니 모든 것들이 체계적으로 제대로 운영될 리가 있겠는가.

이병옥: 지난 여름을 중국 베이징엘 다녀왔다. 국립 연극 단체인데, 아카이브를 유심히 보았다. 그 단체에서 수십년 동안 아카이브 작업만 지속하는 사람을 만나 충격을 받았다. 원고 정리, 유인물, 영상 등등 한 사람이 일관성 있게 축적하다보니 이제는 어마어마한 규모가 되었더라. 시대, 장르, 인물, 작품 별로 진열된 전시관에서 매 공연마다 관련 자료를 즉각 뽑아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민속예술제도 50년을 넘겼는데, 관련 자료가 부실하고 심하게 말하면 망가졌다고 생각된다. 제 개인적으로 관계해서 이룬 자료들이 몇 해 개인 사정으로 돌보지 못했는데 그 자료들이 어찌 되었는지 말하고 싶지도 않다. 국립 단체들도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이번 50주년을 기념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사회: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은 그 위상을 고려하여 운영 체제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 올해 반세기를 맞은 역사가 짧지도 않은데, 역사는 해묵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말하자면 두 단체 모두 미래 좌표에 대해 별다른 대책 없이 운영되고 있지나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한국적인 것, 현대성, 국제성 등을 두루 염두에 두고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두 단체에 주문하자면, 춤계 중론을 모으는 공개 토론회를 열어야 할 것이고, 이 점에선 국립현대무용단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창작 기반으로서 중요한 지원금의 문제를 짚어보았으면 한다. 문화재단 등 공공 기관에서 시행하는 지원금 배정에서 단체의 연륜, 경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차별 일률 배분으로 말썽이 일고 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지원 신청 서류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심사위원의 직무 유기라 볼 수 있다. 이런 행태는 지원 결정 액수의 규모 이전에 창작 의욕을 꺾고 매너리즘을 조장하는 등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장광열: 국내 창작 유형은 이제 와서 다양해졌다. 새로운 창작 지원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극장을 지원함으로써 극장이 상주단체나 안무가를 지원하도록 유도한다든가 홍은창작센터 같은 곳에서는 단체를 육성하려 하고 상주단체에 공간과 금액을 지원하고,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에서는 극장 대관료를 감액하거나 단체와 공동 기획에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환경 변화에 부응하여 지원 방식과 범주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가능성 있는 단체를 집중 지원하고 차별성을 적용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는 이런 전략이 매우 허약하다.

김태원: 춤비평가협회에서 누누이 이 문제를 지적해왔으므로 내년에는 개선되리라 본다. 일례로 서울문화재단의 행정 라인이 책임을 지고 차등 지원의 지표를 제시하고, 연도별로 별도의 도표를 마련해서 사전 자료를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가령 지원 규모를 4등급 정도로 나눠 등급별 할당율과 배정 기준을 정해서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특별한 공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세워 제시할 필요도 있다. 평소 춤공연의 현장을 살피지 않고 있는 준비 없는 심사위원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은 부실을 낳기 쉬우므로 재고되어야 하겠다. 지원 심사가 행정과 조화를 기해야 하고, 심사 중 일부 비합리적으로 우기면서 목소리 큰 쪽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풍토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 지원기금 분배를 차등화하는 가운데 특별 프로젝트 수행 항목은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병옥: 서울문화재단 초창기에는 차등제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은 최근 몇 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굳어진 듯해서 유감스럽다. 아예 처음부터 서울문화재단이 차등 지원 기준을 확고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회: 이번 공동 인터뷰에서 특히 지성의 공백이나 후퇴가 심각하다는 데 다시 동감하면서, 춤계 현안을 들여다 보게 된다. 창작자들이 창작에 전념할 만큼 춤 시장이 활성화하도록 행정 라인이나 공공 극장, 무용협회가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대책을 세우지도 않으면서 외부 환경 악화만 거론한다면 아무 공감도 사지 못할 것이다. 한국춤비평가협회도 이 점에서 수행할 바를 챙기고 적극 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진단해야 할 춤계 현안이 많이 남겨져 있으나 미루고, 조만간 이런 기회를 통해 재론하기로 하면서 오늘 좌담회를 마치겠다. 장시간 소중한 말씀 감사드린다. 

2012.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