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가상 시상식 & 2018 신년대화모임
희망찬 새해 덕담, 춤 네트워킹의 시간
방희망_<춤웹진> 편집위원
 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이순열)는 매해 1월마다 한국춤비평가상 베스트 작품에 대한 시상식과 새해맞이 대화모임을 가져 왔다. 올해는 평일 오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무용인들과 좀 더 격의 없이 만나고자 장소와 시간대를 변경하였다. 그리하여 1월 20일(토요일) 오후 6시에 신촌에 자리한 서울탄츠스테이션에서 작은 파티를 겸한 만남의 장이 열렸다.




 6시 15분부터 대연습실에서 한국춤비평가협회 장광열 운영위원의 진행으로 먼저 2017 한국춤비평가상과 춤비평 신인상에 대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영예의 작품상에는 미나 유의 〈구토〉가 선정되었는데, 이순열 회장으로부터 상패와 축하선물을 전달받은 안무가 미나 유는 수상소감을 자신을 대신해 춤비평가 김채현 교수가 해 줄 것을 즉석에서 제안했다.
 김채현은 작품을 창작하는 입장과 비평하는 입장 모두의 수고를 먼저 치하하면서 “열심히 만들었지만 비평가가 관람하지 못해 시상 대상에서 누락된 작품이 있을 수 있기에 결과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안무가 미나 유가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실존의 모든 문제를 〈구토〉에 몰입시킨 흔적이 역력해 작품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자들에게는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마련한 연습복 티셔츠가 선물로 같이 증정되었는데 미나 유 선생이 첫 수상자로 나서면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응원하는 선물의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본인이 안무한 〈먹지도 말라〉로 춤연기상을 받은 이세승은 “춤을 추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게 만드는 힘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선배들이 바탕과 배경을 만들어주신 덕분이라 생각하고 저도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효형 안무의 〈허난설헌-수월경화〉로 역시 춤연기상에 선정된 국립발레단의 박슬기는 독감에 걸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같은 발레단에서 활동하며 안무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언니 박나리와 가족들이 참석하였고 국립발레단 김현아 홍보팀장이 “새해에도 더욱 좋은 춤을 선보이겠다”는 수상소감을 대신 전하였다. 

 


 베스트작품에 선정된 〈염(念), 도드리〉의 강미리 안무가는 개인사정으로 참석치 못하고 작품에 출연했던 무용가 박상용이 대리수상하면서 “춤은 삶과 마주할 힘과 지혜이고 저의 육신이다... 행복한 춤판이 되길 기원한다”는 안무가가 직접 써 준 수상소감을 전하였다. 

 


 〈쇼팽과의 산책〉을 안무한 김용걸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을 그만두고 귀국한 2009년 이후 타이즈 입고 춘 게 오랜만인 작품이었다. 초연했던 국립발레단 홍정민과 반주를 맡아준 피아니스트, 작년의 재공연을 흔쾌히 함께 해준 국립발레단 김지영 수석무용수에게 감사드린다”고 하였다. 

 


 〈풍정.각(風精.刻)_오차원에〉의 송주원은 지난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에서도 갑자기 상을 받느라 일일이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며, 프로젝트를 함께 해오고 있는 전문 비전문 무용수들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면서 감사를 표해 영화제 시상식 같은 분위기로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해탈〉로 상을 받은 안지형은 “상을 10년 만에 받아본다. 〈해탈〉에 출연했던 ‘시나브로 가슴에’의 출연진이 바람직한 방향성을 같이 고민했기 때문에 상을 같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으며, 〈a first meet〉의 이인수는 “4년간 자신감이 많이 없었는데 이번 수상을 도약하는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고 하였다.


 

 〈몸아리랑-아제아제〉로 수상한 리을무용단 홍은주는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일이 참 힘들다. 주변의 배려와 사랑 없이는 이 길을 가기 어렵다”면서 밤늦게까지 함께 연습한 단원들과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결국 춤을 통해 위안 받고 사랑할 수 있게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 춤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되기, 되기, 되기-앎〉의 장은정은 재직중인 학교의 입시일정으로 늦게 도착하여 무용가 송주원이 대리수상하였는데 “‘30대 중반 넘어 춤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장은정 선생님이 춤이 널 선택한 거다’라고 하신 말씀이 큰 힘이 되어왔다. 좋은 작품 하실 거라 응원한다”고 하였다. 

 


 한편, 2년간 입선자를 내지 못했던 춤비평 신인상에서 춤작품론 「창작춤〈paradox〉– 아감벤의 잠재성 개념으로 본 순수한 춤의 가능성」과 춤작가론 「허경미 –〈진화〉의 춤 길에서〈外치다〉」로 가작입선한 수상자 이상헌은 “글을 쓰며 바닥이 드러나는 경험을 했다. 포기, 자괴감을 느꼈지만 심사위원들께서 눈이 밝아 부족한 부분을 심사평에서 정확히 짚으면서도 마음으로 봐주셨다. 모든 춤꾼들을 존경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이순열 회장 외에도 채희완 이병옥 이종호 김채현 이만주 김영희 권옥희 방희망 회원이 시상자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단체사진을 찍으며 시상식을 마무리한 후 스튜디오 밖에 차려진 떡과 과일 등의 음식, 와인 등을 함께 들며 담소를 나누었다.




 2부 순서 신년 하례모임의 사회를 맡은 이종호 운영위원은 토요일 저녁 6시 이후에도 잡혀있던 수업을 과감히 취소하고 장소를 제공한 서울탄츠스테이션 예술감독 강혜련 교수(경기대)에 대한 감사의 말로 시작을 알렸다.
 강혜련 교수는 개관 7주년을 맞은 서울탄츠스테이션의 성과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그간 이곳이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흐트러질까봐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대외적으로도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2014년부터 맡아온 회장직을 인계하는 이순열 회장은 개띠 해를 맞은 새해덕담으로 혜원 신윤복의 〈나월불패도〉를 언급하였다. 보름달이 떠서 나무에 걸려있는데 그림의 개는 달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명상에 잠겨 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춤계가 한동안 남의 흉내를 내느라고 정신없었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요 근래는 새로운 소재와 양식으로 눈부시게 새로운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는 점, 아까의 시상식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수상자의 면면이 다양한 것을 환기시켰다. 한편 서울에 이렇게 큰 공간(탄츠스테이션)에서 춤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고 운영이 될까 심한 적자가 아닐까 혼자 걱정했는데 조금 있으면 재벌이 되겠다는 덕담에 좌중은 웃음꽃이 피기도 하였다. 이순열 회장은 발레리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움직임(춤)은 밖으로 초월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들이마시고 두려움과 의구심은 내뱉어라, 벗어나서 꿈틀 날아오르자”고 격려하였다.
 국립현대무용단 곽아람 기획팀장과 국립발레단 김현아 홍보팀장, 전문무용수 지원센터 고대성 사무국장은 새해 사업계획을 전해주었고, 3월부터 한국춤비평가협회 차기 회장을 맡게 된 비평가 채희완은 이번 춤비평가상에서 특별상으로 선정된 ‘2016-2017 촛불집회 춤 예술행동’이 상징하는 바와 같이 앞으로 춤꾼과 비평가가 비판적 동반자 관계로 전환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건배를 제의하였다.





 이번 행사에는 80여 명의 무용가와 수상자를 축하하는 분들이 함께 자리했다. 무용가 강미리 강혜련 공민선, 방송작가 이단비, 춤비평가 이만주님께서 음료 등을 기부해주었고, 무용가 성유진 차상원 성동일 님이 현장 진행을 지원해 주었다. 방명록에 이름을 남겨주신 참석자는 다음과 같다(무순).
 김광숙 전통무용가, 최형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위원, 배인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위원, 이단비 방송작가, 공민선 무용가, 박나리 국립발레단 단원, 조열희 (주)피터팬픽처스 제작총괄PD, 최준연 정디엔씨 대표이사, 오문자 원광대학교 교수, 김미자 무용가, 송성아 무용이론가, 장승헌 공연기획가, 최경자 국립국악원 무용감독 직무대행, 고대성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사무국장, 임소영 국립현대무용단 사무국장,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당현진 국립현대무용단 홍보팀원, 곽시내 무용가, 이희자 무용가, 무용가 박상용, 강일중 언론인, 박상윤 사진작가, 김성훈 무용가, 김인아 〈춤웹진〉 기자, 강혜련 서울탄츠스테이션 대표, 김현아 국립발레단 홍보팀장, 김명현 무용가, 김현숙 무용가, 박윤슬 무용가, 장효주 무용가, 유명이 무용가, 김정민 무용가, 정진 무용가, 조지영 무용가, 김영진 무용가, 김명현 무용가, 길서영 무용가, 김민송 무용가, 김건우 무용가, 박송봉 무용가, 김채원 무용이론가.



방희망
2013년 제1회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신인상을 통해 춤비평가로 등단했다. 현장 비평가로 다양한 춤 공연에 대한 비평작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춤비평가협회 정회원, <춤웹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 02.
사진제공_강일중, 박상윤, 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