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Dance Webzine's Eye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장광열_춤비평가
따뜻했다.
6명 댄서들의 방(12월 7-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통로,
숨겨져 있던 혹은 감추고 싶었던 것들이 드러난,
그리고 그들의 춤을 새롭게 음미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장르, 춤의 성격, 성장 베이스가 상이한
댄서들의 조합은 흥미로웠다.

잘 나가던 댄서에서 지금은 배우가 된,
무용수 김남건에서 연기자 백석광 사이를 오간
6인 공연의 마지막 순서.
김남건은 끝내 춤을 추진 않았지만,
안성수 안무의 〈볼레로〉를 추억한 작은 움직임과
춤에서 연극으로의 전환을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그 자체가 시리고 아픈 춤이었다. 

 
 


최수진.
뉴욕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국계 미국인 매슈 민 리치와의 듀엣에서는 과거의 춤이,
최수진의 솔로춤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춤이 묻어났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배분에서 오는 유연성은 춤의 정점을
향해 달렸다. 

 


성창용.
뉴욕 Alvin Ailey Dance Thaeter 입단과
안무가에 의해 짜여 진 반복되는 춤에 대한 회의.
심장박동에 따라 달라지는 몸짓에 대한 재발견.
게스트 댄서, 클럽 조명, 테크노 음악에 함께 한 본능에 따른 춤판에는
급기야 관객들도 가세했다. 

 


한예리.
시연한 한국춤 기본과 살풀이춤에서 만만치 않은 춤집이 배어난다.
춤에 대한 생각을 털어 놓을 때 나이를 뛰어넘는 성숙함이,
춤과 연기를 잇는 장면에서는 인문학적인 사고와 맞닿았다. 

 


김용걸과 김지영.
20년 전 장충동 국립발레단 연습실을 배경으로
스승 임성남이 등장하는 오래된 필름은 기막혔다.
철없던 무용수에서 완숙한 예술가로 성장한,
시간의 흐름과 연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빼어난 설정이었다.
부담스러운 은퇴 이야기까지, 선후배의 거침없는 대화는
스타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적나라한 이면이었다. 

 


관객들은, 한껏 고무된 듯했다.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겨냥한 타킷형 제작
안애순 전임 감독의 〈춤이 말하다〉에 이은
안성수 감독의 토크가 있는 춤 〈댄서 하우스〉는,
성공했다.

댄서들의 솔직함과 인간적인 따스함, 제작진들의 세심한 손길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장광열_춤비평가) 
2017. 12.
사진제공_목진우/국립현대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