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Dance Webzine's Eye
국립현대무용단 〈Man to Man〉
장광열_춤비평가
눈금저울 위의 지체(肢體)
인체의 무게, 요동의 정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저울의 눈금

물질적 욕망과 정서적 결핍 사이의 혼돈
현대사회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 착상은,
기발하다.

도입부
사자춤을 응용한 인체의 입출(入出)은
의표를 찌른다.
역발상의 상상력은,
차라리 아름답다. 

 


안무가와 오래 호흡을 맞춘
세 명 무용수들의
앙상블의 힘.
앉은 자세로 두 팔과 다리를 활용한
그들의 컨택즉흥은 마치 오래 연습한 동작처럼
서로에게 익숙하다.
춤 보는 묘미는 그래서 쏠쏠하다.

〈조절하다〉에서 음악과 춤의 교합
〈유도〉에서 에센스 추출과 연결된 움직임 구성
〈활〉에서 활의 속성을 활용한 이미지 구현에 이어
〈경인(京人)〉에서 안무가 박순호는
신체의 확장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몸의 태를
새롭게 창조한다.

새로운 움직임의 창출과
작품을 풀어내는 아이디어로 무장된
박순호의 안무 감각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2부 조슈아 퓨의 작품 <빅 배드 울프>.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가 비교적 분명하다.
노래와 춤과 촌극이 섞인 보드빌(vaudeville).

안무가가 추구한
부기맨의 사악한 환타지 세계 & 보드빌의 과장적인 극적 세계와의 매치는,
은유와 위트가 있지만, 그 감도는 미약하다.

허술한 구성력은,
감성을 건드리는
그 무엇도 그저 스쳐지나 가도록 할 뿐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 스테이지(10월 13-15일, 평자 15일 관람),
전반부는 평균점을 웃돌고 후반부는 밑돌았다.
(장광열_춤비평가) 
2017. 11.
사진제공_Aiden Hwang/국립현대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