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2017년 영남춤 축제-춤, 보고 싶다’
지역춤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송성아_부산대 강사
 국립부산국악원이 지역춤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마련한 ‘2017년 영남춤 축제-춤, 보고 싶다’가 8월 26일 개막했다. 9월 23일까지 한 달여간의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춤의 제전은 영남지역 전통예술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2008년에 개원한 국립부산국악원의 첫 번째 시도이다.




 개막공연 첫 작품은 종묘제례악과 일무, 대미를 장식한 덧배기춤의 배김사위

 국립부산국악원의 기악·성악단과 무용단의 협업으로 진행된 개막공연은 3개의 큰 작품과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2개의 작은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첫 순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과 〈일무(佾舞)〉였다. 대극장인 연악당에 울러 퍼지는 경건하고 엄숙한 제의의 선율과 노래와 춤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을 압도하였다. 

 



 이어진 것은 조선후기 서민예술을 대표하는 판소리였다. 한 명의 소리광대와 고수가 등장하여 〈흥부가〉의 박타는 대목을 하였다. 흥부처럼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는 창자의 아니리(대사)는 관객의 웃음과 참여를 유도하였다. 일종의 연결 브리지(bridge)에 해당하는 판소리 다음은 향악정재 〈선유락〉이었다.
 궁중잔치에서 주로 연행되었던 〈선유락〉은 여타의 정재와 달리 화려하게 채색된 배를 끌고 나온다. 그리고 군복차림의 집사(執事)의 호령에 따라 채선(彩船)의 밧줄을 잡고 두 겹으로 둘러서서 어부사(漁父詞)를 부르며 춤을 춘다. 화려한 채선과 복식이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가야금 산조〉로 이어졌다. 

 


 산조는 소리(노래), 발림(몸짓), 아니리(대사) 등으로 구성된 판소리의 특정 대목을 가야금이나 해금 따위의 솔로 독주(獨奏)로 표현한 것이다. 연주자는 고수의 추임새와 함께 담담한 느낌의 우조가락이 많은 부산시무형문화재 제8호 강태흥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하였다. 앞선 〈흥부가〉처럼 연결다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마지막 작품인 〈꽃나무 풍장놀이〉로 이어졌다.
 대미를 장식한 〈꽃나무 풍장놀이〉는 덧배기춤에 바탕을 두고 창작한 작품이다. 덧배기춤은 영남지역 특유의 굿거리장단에 맞춰 추는 춤들을 총칭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탈난 잡것을 베어 없애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남춤의 또 다른 이름인 덧배기춤의 대표적 춤사위가 배김사위이다. 동작군(phrase)에 해당하는 이것은 투박하게 도약하여 첫 박에 발을 강하게 내딛는 베기기, 어깨를 중심으로 한 제자리 어르기,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기 위한 풀기 등으로 구성된다.
 〈꽃나무 풍장놀이〉는 배김사위에 기초하고 있으며, 북, 장구, 소고 따위를 든 춤꾼들이 사물놀이패와 함께 장단을 치며 신명을 고조시킨다. 무용단의 주 레파토리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매번 관객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이번 역시 박수와 갈채 속에 끝을 맺었다.

 
 

 이후, 국악원 앞마당에서 간단한 춤동작을 배워 함께 추는 ‘시민 대동춤 배우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017년 전통풍물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부산예술단의 풍물공연이 펼쳐졌다. 상당수의 시민들이 여전히 남아 가족 혹은 친구들과 축제의 흥겨움을 향유하고 있었다.


 
 


 다시 생동하는 지역춤과 우리춤

 지역춤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향연은 원로·중진·중견·신진 춤꾼들을 대거 포진시키고 있으며, 국립부산국악원의 국악연주단을 비롯한 부산시립무용단, 대구시립무용단, 경상북도도립무용단, 부산무용협회, 영남춤학회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서도 계통을 달리하는 허튼춤, 탈춤, 예인춤, 한량춤, 불교작법은 물론이고, 전통과 당대가 조우하는 창작춤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사회 전 분야가 중앙에 편중된 현실 속에서 지역에서 춤을 추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인적 인프라 구축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대학 무용학과의 계속되는 폐과는 지역춤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킨다.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는 찾기 어려워졌고, 100년도 채 되지 않는 과거의 춤은 명작(masterpiece)이란 이름으로 복제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때, 전(全)세대의 춤꾼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춤이 수평적으로 교류하는 ‘2017년 영남춤 축제’가 지역춤 발전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문화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지역 춤문화의 건강한 성장이 우리춤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이 행사의 부제를 빌려 표현하면, 다시 살아 생동하는 지역춤과 우리춤이 보고 싶은 것이다. 
송성아
춤이론가. 무용학과 미학을 전공하였고, 한국전통춤 형식의 체계적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한국전통춤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한국전통춤 구조의 체계적 범주와 그 예시』(2016)가 있다. 현재, 부산대학교와 경상대학교에서 현대문화이론과 전통춤분석론을 강의하고 있다.
2017. 09.
사진제공_국립부산국악원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