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펠리에 현지 인터뷰_ 코레디씨 Coree d'ici 축제 예술감독 안무가 남영호
다원예술을 통한 한-불 공감의 장
장성은_(사)축제포럼 전문위원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750Km 떨어진 몽펠리에(Montpellier)시는 프랑스에서 8번째로 큰 지중해 도시이다. 세계 최초의 의과대학이 세워진 교육도시인 몽펠리에는 여름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무용축제 몽펠리에 당스(Montpellier Danse)가 열리는 곳으로 예술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몽펠리에는 무용도시답게 여러 안무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교수이자 안무가인 자키 타파넬 (Jackie Taffanel)은 1993년 한국에서 유학 온 한국 무용수를 자신의 무용단에 영입한다. 작지만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인 이 무용수가 바로 페스티벌 코레디씨(여기에 한국이 있다: Festival Coree d'ici)의 예술감독인 안무가 남영호이다.
 그 후 약 23년을 무용수와 현대무용단 '몸짓'과 '코레그라피:Coree'graphie'를 창단해 이 도시에서 활동한 남영호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줄 아는 몽펠리에에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몽펠리에시를 찾아갔고 독특하고 기발한 기획과 자신의 예술에 대한 전문성으로 시의 협력을 얻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드디어 한국전통문화와 현대공연예술, 전시, 컨퍼런스, 워크숍, 체험 등 다양한 장르와 방법을 고안하여 한국문화축제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로 제 3회를 맞이하는 코레디씨는 11월 2일부터 25일까지 약 한 달간 몽펠리에시 12곳의 공간에서 열렸다. 축제는 11월 2일 화가 박방영과 조 프란세스카의 합동전시인 ‘시심: Regard du Coeur'으로 시작되었다. 몽펠리에 국제교류의 집에서 9일간 열린 전시는 박방영의 선이 강한 일필휘지의 기술과 민속화를 변형시킨 듯 한 색의 다양성을 보여주었고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프란체스카 조는 자연에서 오는 여러 재료를 가지고 은은한 한국의 조형미와 회화를 보여주었다.
 무용사진 작품 활동으로도 유명한 사진작가 송인호는 한국단청의 아름다움과 색의 조화를 담은 사진전 ‘단청’을 중심지에 있는 협력업체 메르큐호텔에서 선보였고 평창올림픽 관련된 전시인 'Talk Talk Korea'는 축제사무국 전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되었다.




 공연프로그램은 한국마임이스트 남긍호와 프랑스마임이스트의 로항 클레헤(Laurent Cleret)의 협력작품인 <2K>가 몽펠리에 시립극장에서 열렸고, 프로젝트 국악그룹 '정아트 락&너나드리'의 〈시나위〉가 오페라극장 몰리에르극장에서 일반인 대상의 공연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연되었다. 한국문화에 호기심을 보인 300여명의 관객들은 비나리로 시작, 대금독주, 판소리, 씻김굿 시나위 등의 연주를 즐겼고 공연 후에는 한국음식을 로비에서 맛보기도 하였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에서는 다양한 한국문화와 한국악기를 소개하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장재호를 중심으로 한 ‘태싯:Tacit'그룹은 3명의 프랑스음악가와 1주일간 공동협업 레지던시를 가졌고 폐막공연으로 현대예술극장인 HTH에서 협업작업을 통한 디지털음악의 다양성, 미래적 음색과 복잡하지만 반복된 규칙 속 통일성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테크닉도 보여주었다.
 부대 프로그램으로는 문학콘퍼런스, 영화상연, 한식소개 등이 있었고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연만들기 체험, K-pop 워크샵 등이 이어졌다. 문학콘퍼런스는 처음으로 몽펠리에 시립 도서관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홍상수의 〈클레르의 카메라〉, 임권택의 〈천년학〉 등 5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되었다.
 몽펠리에 근처의 클라피에(Clapier) 체육시설에 열린 K-pop 워크샵은 가장 인기 있는 축제프로그램으로 싸이의 I LUV IT을 가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이자 프랑스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는 홍지현의 동작에 맞추어 K-pop 댄스를 배웠다. 그리고 홍지현은 9월부터 어린이들에게 힙합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워크샵 후에 작은 발표회를 가졌다. 이 발표를 본 지역관계자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이자고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코레디씨는 무용가 남영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작게 시작했지만 올해는 KBS, MBC, SBS 등의 한국방송에서 소개되며 프랑스의 대표 한국문화축제가 되었다.
 현장에서는 한국의 미술, 공연예술, 영화, 음식 등의 문화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었고 한·프랑스 예술가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절충하며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또한, 남영호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한국인은 겨우 100여명밖에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교민들과 몽펠리에 시민들의 자원봉사로 축제를 이끌어갔다. 한국을 2번이나 다녀온 코레디씨의 자원봉사자인 델핀은 “재작년부터 미술, 조각, 무용 등 색다른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볼 수 있었고 한국을 좋아하는 몽펠리에 시민들이 이 축제를 통해 서로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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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예술감독 남영호

‘축제’ 속에서 ‘한국’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장성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남영호 저는 한국에서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1991년 프랑스에 도착하여 2년간 파리에서 어학과 파리 5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였습니다. 이후 1992년 봄에 몽펠리에 무용단에 입단하게 되었고 1999년에는 제 무용단을 만들었습니다. 2015년 ‘Coree d'ici :여기에 한국이 있다’라는 한불페스티벌을 만들었습니다.

Coree d'ici는 어떤 축제인가요?
코레디씨는 남프랑스에서 열리는 한불페스티벌입니다. 특히 다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 무용, 음악, 연극, 영화, 전시 등 모든 문화예술분야들을 체험, 워크샵, 공연 전시로 소개합니다. 이 페스티벌의 가장 중요한 특색은 다원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페스티벌을 보면 연극 ‧무용 등 한 장르에 국한되지만 이 축제는 모든 장르를 보여줍니다. 축제명인 코레디씨는 여기에 한국이 있다라고 해서 한국의 모든 분야를 여기 몽펠리에서 보여주는 것이 저의 목적입니다.

올해 축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공연의 경우 몽펠리에의 3개의 주요극장과 협업하여 초청기획으로 올려졌다는 점입니다. 먼저, 마임공연으로 오픈식을 한 몽펠리에 시립극장, 몽펠리에에서 가장 좋은 극장인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전통음악인 시나위 공연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현대극단이 가지고 있는 현대극장에서 태싯그룹이 컴퓨터 음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렇게 몽펠리에 극장들과 협업한 것이 매우 뜻 깊은 작업이었고 그 외에 축제가 3회 째로 들어서면서 한국문화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몽펠리에시의 교육기관이나 문화센터들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온 선생님이 연날리기 체험을 주도하셨고 여기서 활동하는 무용수 홍지현씨가 9월부터 매주 목요일에 K-pop 수업을 주고 있는데 축제 마지막날 발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우리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문화를 나누는 체험활동을 경험했다는 것이 올해 축제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레디씨를 3회까지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맨 처음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몽펠리에 시민들에게 단순하게 ‘우리 것이 좋습니다’하고 무작정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처음에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시에 찾아가 23년간 무용가로서 활동한 이력과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무용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부시장은 제 말을 듣고 일관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며 시도해보라는 답을 들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첫 회에는 몽펠리에 전시 전문가가 직접 하겠다고 했고 그가 근처에서 가장 좋은 프랑스 성을 섭외해서 3주간 성공적으로 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극장들이 좋아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서 몽펠리에 극장들을 직접 찾아가 처음에는 개런티 등의 예산을 요청하지 않았고 다만 극장 대관 및 홍보만을 요청하며 작품성이 인정되면 그때 다시 후속작품을 이야기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해에 사물놀이가 왔고 사람들의 반응이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함께 한 극장장들은 매우 만족했습니다. 특히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는 소문이 매우 빠르게 퍼지는데 저희 이야기가 바로 오페라극장, 시청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물놀이팀은 작년에 오페라극장에 정식 초청되었습니다. 몽펠리에 같은 중소도시의 좋은 점은 소문이 빠르기에 저의 축제에서는 작품의 질이 매우 중요한 관건입니다.

무용인으로서 축제를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서 어떤 점이 좋으셨는지요?
저는 1999년부터 안무작업을 시작했었고 여러 창작과정이 있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안무작업은 거의 다 해 보았습니다. 항상 안무를 시작할 때 또 무엇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고 왜 내가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게 됩니다. 가장 동기 부여가 필요했을 때 저는 이 페스티벌을 만들었습니다.
무용 안무를 위한 연구기간동안에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저는 무용 외 전시, 연극, 음악 그 외의 다른 것을 보면서 이것들이 제 마음 깊은 곳에 무의식적으로 와서 어떤 새로운 욕구를 이끌어내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무용수들을 뽑아서 하는 작품들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축제를 만든 것입니다. 다만 만약 제가 다시 안무를 한다면 이미 활동하고 있는 프로무용단에 초청되어 객원안무를 하고 싶습니다. 아직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작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춤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춤을 추고 춤을 만드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진정한 대답이 나오면 그 프로세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27년을 이곳에서 무용하고 작업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일단은 내가 하고 있었기에 나는 참 운이 좋았구나하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개를 하더라도 차근차근하고 하며 비록 이번에 못 하더라도 다음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끈기를 가지고 스스로에게 이번에는 내가 무엇을 할까? 왜 이것을 하려고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며 동기부여와 출발의 상황들을 분석하면서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애착감과 함께 한 해 한 해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코레디씨의 미래를 구상해보신다면요?
코레디씨를 처음 했을 때 저는 적어도 이 축제를 10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작은 도시이지만 10년을 해야 한국이라는 나라를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한국공연도 알고 한글도 안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7-8년이 되면 누군가가 제 대신 페스티벌을 맡아주길 바라는 바입니다. 3년이 되는 올해에 한국과 프랑스에 좋은 수확이 있었고 많은 격려와 응원으로 다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폐막은 내일 모레지만 내년 것을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한 해 한 해 점점 발전하는 코레디씨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성은
예원학교, 서울예고와 한성대에서 한국무용 전공, 프랑스 파리8대학과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을 수학하였다. 세종대, 한성대 강사 및 서울발레시어터 대외협력팀장, 의정부음악극축제 기획운영팀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해외공연 교류 및 (사)축제포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