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무가 이윤경 & 중국 유학생 최수영
한국에서 새로운 춤을 배우고 싶었다
김인아_<춤웹진> 기자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의 대학생들 숫자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이즈음 들어서는 무용과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무용 전공생들이 유독 많은 것도 주목해 볼만하다. 이런 와중에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 무용 콩쿠르에서 중국의 유학생이 금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들을 만나 무용전공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와 두 나라 춤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최수영 학생의 이번 동아콩쿠르 현대무용부문 금상 수상은 춤계 현장에서 조그만 화제가 되었습니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윤경 교수님의 지도 아래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먼저 최수영 학생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수영
: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어요. 현재는 귀화해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수상작품인 <하얀 미소>는 어떤 작품인가요?
이윤경: 제목 자체가 깨끗한 느낌인데요. 최수영 학생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 순백의 깔끔하고 밝은 이미지를 담아 <하얀 미소>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현대무용이 컨템포러리적 성향을 지향하면서 자칫 멋을 내거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흐를 때가 많은데 이번 작품만큼은 진정한 현대무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무가로서 이윤경 선생님은 적지 않게 여성성이 강조된 움직임을 추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윤경
: 네. 이 작품에서 특히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답고 깨끗한 선, 여성 무용수가 표현할 수 있는 극치의 미가 아름답게 나타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길 원했어요. 제가 추구하는 움직임 자체가 곡선과 유연성, 끊임없이 흐르는 율동감이 강조된 것인데 그런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도 최수영 학생의 움직임을 보고 감동받았으면 했죠.

한국에 온 중국의 무용수들은 신체조건이나 재능 면에서 모두가 다를텐데요. 최수경 학생의 경우는 어떤가요?
이윤경
: 최수영 학생은 중국에서 이미 기예적인 테크닉을 고도로 훈련받았고 상체의 움직임과 표현성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반면 현대무용의 움직임은 미흡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 연습하면서 1학년 재학 때부터 2년 이상 이 작품을 준비해왔어요.

오랜 기간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연습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최수영: 교수님의 춤은 움직임이 많은 편인데, 제가 현대무용으로 기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연습해왔던 것 같아요.
이윤경: 최수영 학생의 가장 큰 장점이 이렇게 포기하지 않는 자세예요. 사실 요즘 학생들의 춤은 겉으로 보여지는 식의 움직임이 많아요. 다른 학생들과 최수영 학생의 차별화를 위해서 저의 춤을 전수하고자 욕심을 냈죠. 아무렇게나 겉모양은 따라올 수 있을지 몰라도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깊이감을 표현하기 위해선 아직 나이도 어리고 그동안 했던 움직임 어법도 아니어서 힘들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최수영 학생은 좋은 기량을 갖춘 재목이었기 때문에 순간순간 본능적으로 그 깊이감이 표현되는 때가 있었어요.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기까지 긴 연습기간과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죠.

 

 



최수영 학생은 중국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해 현대무용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국유학길에 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최수영
: 네 살부터 무용을 해왔고, 학창시절에 중국무용을 했던 저는 계속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훈련법에 많이 지쳐 있었어요. 춤을 정말 좋아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죠.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저만의 특별함이 있진 않을까 생각했어요. 중국에서 예고와 예대가 함께 있는 곳을 다니고 있었는데요. 예고 재학시절 중에 한국 중앙대 무용과에서 중국에 직접 와서 했던 현대무용 공연을 본 적이 있었어요. 한국대학생들의 움직임이 인상 깊게 다가왔죠. 물론 그 전부터 현대무용이나 한국 무용대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주 찾아 봤었구요. 그리고 어머니는 한국과 중국을 왕래하며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2013년도에 한국에 올 수 있었는데, 그때 ‘생생페스티벌’이라는 축제를 봤고 현대무용 움직임에 색다른 인식을 갖게 되었어요. 같은 아시아권에서 이렇게 다른 춤을 추고 있다는 것, 한국은 현대무용이 이렇게 발전해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새로운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무용교육을 받은 셈인데요. 양국의 무용교육 또는 움직임 연습에서 느껴진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수영: 중국은 테크닉, 기교 위주였어요. 유연성을 위해 스트레칭이 매우 강조됐었고, 일률적으로 같은 동작을 똑같이 해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한국에서는 무용수마다의 개성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특히 현대무용은 저마다의 특징을 잘 잡아서 발굴해주는데 그게 가장 뚜렷한 차이가 아닐까 해요.
이윤경: 중국춤하면 떠오르는 것이 획일화와 통일성인 것 같아요. 시선처리부터 손끝, 발끝까지 똑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인간성이 결여된 채 테크닉적인 요소만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중국무용을 보면 테크닉이 엄청나게 뛰어난 반면 구시대적인 느낌을 떨쳐버리기 힘들죠. 그렇게 고도로 트레이닝을 받은 중국무용수들에게 창의력 있는 안무자가 함께 한다면 세계 현대무용계의 중심이 중국이 될지도 몰라요. 그들의 기량이 발굴된다면 파급력은 대단할 거라고 생각해요. 중국은 땅덩어리도 넓지만 향후 인재가 될 무용수들 역시 무궁무진하죠. 단편적인 예일지 모르겠지만 기예적 테크닉이 뛰어난 최수영 학생에게 우리 식의 현대무용을 접목하여 조화를 이룬 것이 이번 콩쿠르 수상 결과라고 봐요.

20여년 가까이 해왔던 중국무용과 움직임 면에서 차이가 뚜렷한데요. 한국에서 무용공부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최수영
: 움직임 연결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무용수의 개성이 살아있는 한국에서 무용을 배울 때에는 동작 간 연결을 자유롭게 해낼 때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중국에서는 주어진 동작들을 기계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어요.
이윤경: 서울종합예술학교의 경우 좋은 선생님들이 포진되어 있어요. 선생님들마다 움직이는 스타일도 모두 다르구요. 처음에는 연습할 때 각기 다른 움직임 어법도 어렵게 느껴졌을 거에요. 그렇지만 작품을 짤 때에는 최수영 학생에게 맞춰 만들어 나아가기 때문에 훨씬 수월했을 겁니다. 해보지 않았던 움직임이었을 뿐이지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좋아지고 콩쿠르를 통해 더욱 성숙해진 것을 확인했어요.

한국에 유학하러온 중국의 무용전공생들은 얼마나 되나요?
최수영
: 무용수로는 많지 않지만 유학생은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윤경: 중앙대, 경희대 등지에서 학교 간 MOU를 맺어 적지 않은 수의 중국유학생들이 건너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중국유학생들이 매우 증가했다고 볼 수 있어요.

교수님께서도 체감하고 계신데요. 중국무용수들의 한국유학 증가, 다시 말해 한국 유학 붐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윤경: 중국 무용환경이 아직까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바리시니코프가 최고 최정상의 볼쇼이발레단에서 뛰쳐나오듯이 이제 중국에서도 경직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깨어나고 있는 거죠. 유학생뿐만 아니라 무용수들도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까운 홍콩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 보였어요. 중국은 25살 이상은 무용수로서 활동이 급격히 제한받아요. 아무래도 고난이도 테크닉 위주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겠죠. 상대적으로 홍콩에서 활동하면 은퇴시기를 늦출 수 있지요. 게다가 중국내 무용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자체적으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축적되어 있지도 않구요.
특히 한국은 대학무용 시스템이 잘 발달해있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무용이 발전해 있다는 점, 그리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활로가 많기 때문에 한국 쪽으로 시야를 넓힌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순수무용의 인구가 차츰 줄어들다보니 예전보다 유학생을 더욱 받아들이는 느낌이고, 학교 자체에서도 국제교류에 초점을 맞춰야 학교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연스럽게 한국유학 붐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중국유학생들의 기량이나 무용수로서의 자질 등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윤경: 얼마 전 홍콩무용단 초청으로 댄스컴퍼니 더바디가 작품 〈The Road〉를 공연하고 왔습니다. 홍콩무용단원들의 공연도 보았는데요. 놀라운 점이 많았어요. 그들의 민족무용이 유연성과 테크닉을 요하기 때문에 몸을 풀 때에도 발레를 이용하고 있었고, 작품 자체도 민족무용이라 하지만 지리 킬리안 스타일의 모던발레 스타일 춤을 추고 있었어요. 물론 중국 고유의 일률적인 움직임 작품도 있었지만요. 민족무용을 했던 무용수가 창작에 나서 안무를 했을 때 컨템포러리한 모던발레 스타일이 나온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더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국무용수들의 테크닉이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죠. 그들에게 체득된 정확한 기본기는 엄청난 잠재성을 갖고 있어요. 아직까지 중국안무가들이 세계적 무용가로 대두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획일화를 걷어내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순간 어느 누구도 걷잡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홍콩무용단에서 그 불씨를 확인하기도 했구요. 반면 우리나라 무용전공생, 무용수를 비롯해 안무가들은 독창성, 개성을 강조한 나머지 기본기를 간과하곤 합니다. 춤에 대한 움직임 연구보다는 시각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고 테크닉은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움직임 자체로 풀어내는 작품도 줄어들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현대무용계도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무용전공생의 한국유학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일 것 같습니다.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그들이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유학길에 오른다면, 이에 대해 한국 무용대학 넓게는 무용계 전반에서 올바른 수용과 대응이 필요할 텐데요. 중국 유학생의 증가, 한국 무용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윤경: 중국유학생이 증가하고 활동하는 무용가가 늘어나는 것이 한국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일은 아닐 것이고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특히 현대무용 쪽 유학이 현저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죠. 그러나 중국유학생이 증가하고 무용가들의 유입이 많아진다고 해서 한국 무용계의 판도가 크게 바뀐다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가 되진 않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무용가로서 저를 비롯해 한국 무용가들은 우리가 가진 것을 유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모두 전수하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넓은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줄 수 있고, 한국에서의 활동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역마저 넘어가게끔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한국의 무용가들은 중국무용가들이 우리 무용계를 파고든다거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관대하지 않을 거에요. 지금의 발언은 자존심 강한 한국 무용가로서의 바람을 말씀드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웃음)

국내에서 무용전공 유학생들을 지도, 교육하는데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윤경: 다른 무엇보다도 무용수들이 갖춰야할 인성(人性),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해, 사제 간의 예의를 강조하곤 합니다. 춤의 특성상 스승과 제자 사이의 유대관계가 형성되어야만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온 학생들은 더더욱 지도자의 춤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자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테크닉을 지도하는 것은 춤을 가르치는 것이라 볼 수 없겠죠. 테크닉은 자국에서 이미 충분히 배우기도 했구요. 움직임의 겉모양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올바로 가르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고 학생의 기량을 높인다던지 개성을 발굴해내는 것은 그 이후 지도자의 또다른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수영 학생은 무용인으로서 어떤 꿈을 갖고 있나요?
최수영
: 훌륭한 무용수가 되는 것이 큰 꿈입니다. 항상 성실하고 열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처음 가진 마음 그대로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요. 한국을 베이스로 하되 기회가 된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2016. 07.
사진제공_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