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국제무용제에서 공연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예술적인 공간 안에 사람을 담고 싶다
이선아_재불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은 새들과 함께 작업하는 안무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런 특별함은 투어에 많은 제한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유럽이라 해도 장시간 새를 태우고 이동해야 경우 그 투어는 불가능하다. 또는 생각지 못한 조류독감으로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올 4월 예정되어 있던 LG아트센터 공연이 그랬다. 이런 일들은 새들과 함께하기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사람들은 “꼭 그 새여야만 해? 현지에 있는 새를 쓰면 안 돼?”라고 질문하곤 한다. 그러나 알에서 부화하는 과정부터 교감이 시작되는 뤽 페통의 작품에는 반드시 그 새여야만 한다. 이번 공연취소로 인해 뤽 페통의 〈Light Bird〉작품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안무가 뤽 페통과 무용수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 아쉬움이 컸다.
 최근 뤽 페통의 다른 작품이 부산국제무용제에 소개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의 안무 작품 〈오스카>는 6월 3일과 4일 저녁 해운대 특설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를 파리 동역 Café A에서 만났다.


 



이선아
어떻게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뤽 페통 저는 아주 어렸을 때 무용을 시작했어요. 자연 속에서 말이죠. 왜냐하면 제게 무용은 곧 자연입니다. 그 후 제가 전문적인 무용가가 된 것은 다른 차원의 것이죠. 제 무용의 시작은 삶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춤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에서 공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곳을 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전문적으로 무용을 시작하기 전, 무술인 가라테를 먼저 배웠습니다. 왜냐하면 남자아이에게 무술이란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죠. 특히 저처럼 시골에서 자란 경우는 더욱 그렇죠. 사실 그 당시 TV에서조차 무용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현대무용이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어요. 발레는 물론이고요. 가라테를 배운 후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파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국 현대무용을 봤죠. 니콜라이, 폴 테일러, 마사 그라함, 머스 커닝햄 같은 분들의 무용을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무술과 무용이 연결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그 후 자연스럽게 무용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결정했죠. 뉴욕에 가야겠다구요. 왜냐하면 그 당시 무용을 배우기 위한 최고의 장소가 뉴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60-1970년, 그리고 1980년대 초반까지요.
그렇게 뉴욕에 가서 알윈 니콜라이(Alwin Nikolais)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 컨택 임프로(Contact Improvisation)를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같은 분들로부터요. 뉴욕에서 유럽으로 돌아온 후 저는 독일 폴크방 학교에 가기 위한 오디션을 봤습니다. 폴크방 학교는 그 당시 현대무용으로 가장 중요한 곳이었죠. 사실 미국 현대무용이 독일 표현주의에서 시작됐는데, 저는 반대로 미국에서 먼저 공부하고 독일로 간 셈이죠. 저는 그렇게 폴크방 학교에서 3년간 머물렀어요. 그곳에서 마릴렌(Marilén Iglesias-Breuker)을 만났고, 지금의 제 아내가 되었죠.

왜 안무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제가 어떤 결정을 내렸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조안무가로 그리고 제 개인적인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요.

 

 



이번에 한국에서 보여주실 〈오스카〉는 어떤 작품인가요?

‘오스카’는,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라는 이름에서 왔습니다. 오스카는 1920년대 무용계의 아주 중요한 분이셨죠. 오스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삼부작(Triadic Ballet) 발레 등이 있습니다. 그는 건축가이기도 했고, 교수 그리고 바우하우스(Bauhaus) 감독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용뿐만 아니라 현대 예술(Modern Art) 분야에서도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무용가 알윈 니콜라이(Alwin Nikolai)는 바우하우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알윈 니콜라이와 함께 춤을 춘 이후, 독일 에센(Essen)으로 건너갔죠. 에센은 유럽에서 현대무용이 시작된 곳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의 테크닉 그리고 오스카 슐레머의 작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오스카 슐레머가 막대기를 이용해 만든 짧은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막대기를 이용한)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작품을 만들기로 했고, 그 작품을 〈오스카(Oskar)〉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목수셨습니다.
막대기와 몸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갖고 창작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통해 인간의 몸을 더 아름답고 웅장하게 만들 수 있죠. 그러면서도 아주 재밌게요. 우리는 이번에 한국에서 〈오스카〉 작품의 일부만을 소개합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갖고 계시나요?
한국에 갈 때마다 프랑스 문화원의 주최로 갔습니다. 아주 공식적이고 외교적인 경험이었죠. 저는 제가 정말 한국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적인 경험만 했으니까요. 이것이 제가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무용수와 프랑스 무용수 간의 교류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오스카〉 작품을 같이 할 수도 있겠죠? 춤은 언어 이상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함께 만들어가고 교환하는데 좋은 방법이죠. 예를 들어 제 작품 〈Light Bird〉는 한국인 무용수 2명과 프랑스 무용수 2명이 함께 합니다. 이것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한국 공연 작품은 직접 선택하셨나요? 아니면 축제 측에서 선택했나요?
제가 부산에 갔을 때, 작품 〈Light Bird〉에 관해 얘기를 나눴었습니다. 물론 〈오스카〉작품에 대해서두요. 그 후 부산국제무용제측에서 〈오스카〉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새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투어하기에도 훨씬 간단한 조건이죠. 나중에 좋은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으로 한국, 일본 투어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무용수와 프랑스 무용수가 함께 출연한다면 더 의미 있고 좋겠죠.

 

 



지금까지 세 개의 작품을 새들과 함께 작업하셨습니다. 어떤 이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사랑에는 시작도 끝도 없죠(웃음). 제 작업은 큰 의미에서 시적인 제스처(poetic gestur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적인 공간 안에 사람을 담고 싶습니다. 사람은 새 또는 동물 같은 존재와 예술적 공간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어렵죠. 이것은 우리가 예술과 일상적인 삶을 다르게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지구상에 발을 딛고 있는 함께 수용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욱 겸손해져야 합니다.

새로운 안무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의 다음 작품의 주제는 ‘밤’에 대한 것입니다. 밤의 새인 올빼미 같은 타입의 새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독수리에 대해서도 고려중입니다. 비록 독수리가 밤의 새는 아니지만요. 독수리는 쓸모 있는 일을 하는 유용한 새에요. 죽은 동물의 시체를 먹고 의식적인 방법으로 환경을 정화하죠.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의 주제는 죽음(death), 정화(Purification) 그리고 부활(rebirth)에 대한 것입니다. 앞으로 2년 안에 새 키우는 작업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Light Bird〉 보다 더 정밀하고 복잡한 드라마트루기가 있을 것입니다. 밤이라는 주제는 제게 많은 이미지와 감성, 아이디어 등 모든 면에서 아주 흥미롭습니다. 또한 시, 문학, 철학적으로도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국립 기념물센터(Monuments en mouvement) 주관으로 새 프로젝트 하나가 곧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파리 판테옹(Pantheon) 같은 유명하고 오랜 역사적 건물에서 이뤄집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몇 개의 짧은 무용 시퀀스를 만들 것입니다. 이 작품에는 무용수와 새 그리고 다른 종류의 동물이 함께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위적인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대성당이나 성 같은 대형 건물을 짓는 사람들에게 동물이란 그들의 상상력 안에 항상 강한 존재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안무가 뤽 페통의 작품 〈Light Bird〉에 무용수로 2년 정도 그와 함께 했다. 나는 그와 안무가와 무용수의 관계로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서로 눈을 마주보고 춤을 춘다. 살아있는 학과 춤추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누가 있을까? 하며---.
 뤽 페통은 “이번 작품이 새와 하는 작품으로는 정말 마지막이야”라고 말했지만, 그는 벌써부터 다음 작품(밤의 새)을 생각하며 설레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무용가로서의 자세한 배경과 그의 아버지께서 목수셨다는 이야기 등 몰랐던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됐다. 핸드폰 녹음기를 사이에 두고 이루어진 이번 만남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2016.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