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공연장 경영인과 언론인에게 듣는다
춤 관객 개발, 진취적 경영 의식이 요청된다

사회 김채현_무용원 교수
최진용 _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
이은영 _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황금실 _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기획부 차장


2012. 1. 8. 오후 3시, 대학로예술극장 시어터카페





 

사회: 지금 우리 공연예술계 최대 화두는 관객 개발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 시대라 해도 직접 대면하는 공연에 대한 욕구는 여전한 것 같다. 그만큼 공연예술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오늘은 공연장 운영 및 공연 유통 산업 전문가를 모시고 특히 춤 관객 개발을 주제로 좌담을 진행하려고 한다. 최진용 대표이사께서 공연장 운영 중책을 맡으신 입장에서 먼저 진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최진용(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활동을 시작했고 아르코예술극장이 춤 중심 극장이 된 것은 춤계로서는 중요한 일이다. 사실 국립현대무용단은 춤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줄로 안다. 모처럼 큰 전환점을 맞은 듯해서 긍정적 변화도 기대해 본다. 오늘 여기서 춤계를 위해 제언하자면 춤계가 그에 적절한 환경을 구축해 왔는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내 전문 아트 마켓에서 춤의 참여가 가장 많다. 공연 현장 시장에서는 뮤지컬 점유율이 절대적이지만, 전문 아트 마켓에서 춤 비중이 절대 높은 것은 우리 무용인이 시장 개척 의지가 강하고 활발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의지 안에는 관객과의 소통 노력도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사회: 춤계의 최근 움직임에 비추어 관객 개발 작업에서 어떤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현상태에서 관객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봐도 좋을지 궁금하다.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앞서의 긍정적 진단에 동감하는 한편으로, 춤이 대중적 소구력이 있는지 되물을 필요도 있다. 2011년 가을 우리 신문 기자가 어느 춤 행사 취재를 갖다오더니 그다지 흡족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취재 기자 말로는 그 행사가 10여 년 지속되어 왔음에도 우선 그날만큼은 관객이 매우 적어 관객 호응이라 할 것도 미미하였고 취재 열기도 낮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단편적이고 어떤 사정에 따른 편차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춤계에 얼마나 있을지 잘은 몰라도, 종종 공연을 보러가거나 보러 가야 하는 발행인 입장에서 취재 기자의 반응이 그다지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 직감하였다. 평소 춤 공연장에서 갖는 인상은 관객층이 대개 일정하고 또 동원 관객이 상당수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제가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앞으로 이런 소감이 빗나가기 바란다. 이런 점에서 우선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춤 공연들이 다수 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최진용: 서울 시내에 국한해 보면, 춤 공연이 잦은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서강대메리홀 등에서의 춤 공연은 관객을 그런 대로 유지하는 것 같다, 그 이외 극장들은 춤 관객을 확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줄로 안다. 한문련 가입 극장이 전국에 160곳 정도인데, 그중 5% 정도 극장이 춤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유료 춤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극장 비율도 20% 정도가 아닐까 본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매우 많고, 무용인들의 진취적 전략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즉 무용인들이 전략성과 사회성을 계속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부분적 지적일지 몰라도, 극장 경영자 시각에서 중요해 보이는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저와 만남이 있은 무용인 가운데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무용인 비율은 타 분야에 비해 매우 낮다. 이는 무용인이 자기 팬 관리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경영 관념이 박약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게다가 명함을 소지한 무용인을 만난 경험이 적다는 것도 같은 면에서 이야기될 만하다. 

이은영: 명함이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관계 맺음은 명함에서 출발하지 않나 싶다. 이를 경영 관념 면에서 해석해볼 여지는 크다. 첫 만남에서 명함이 없다는 것이 사회 관행상 결례이기도 한데, 명함을 소지하지 않았으면 간단한 메모로 전달해도 된다. 명함을 교환하지 못한 어떤 무용인이 만난 바로 그날 이메일로 자기 명함을 보내온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사회성의 기본을 갖춘 사람이란 인상을 갖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자신을 적극 알리는 기본을 갖추고 작업에 임하면 훨씬 나을 것이다. 대중 또는 익명의 다수 앞에 서는 예술인 입장에서 자신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사회: 공연예술인 입장에서 만남은 곧 예비 관객을 확보하는 활동이라는 지적들로 해석된다. 가까운 예비 관객을 본격 관객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명함이라는 점을 무용인들도 모르는 바 아니겠지만 언제나 유의할 필요는 있다.

황금실(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기획부 차장):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는 한 프로그램 안에 여러 무용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을 근래에 다수 기획한 바 있다. 이 경우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에 참여하는 여러 무용가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 무용인들 간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고 또 결과에서도 그렇다. 우리와 접촉했을 때, 공연 기간 중, 그리고 공연 사후, 우리와 결과를 정리하는 등의 과정에서 준비된 무용가, 준비하는 무용가가 더 인상에 남는다. 공연에서 작품 비중이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공연을 뒷받침하는 요인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준비된 무용가의 공연에 아무래도 관객이 많다. 같은 공연이라도 관객 수에 차이가 나는 것은 무용가의 역량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런 기획 공연에서 극장 측이 물론 마케팅의 주체이긴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무용인들의 준비성이나 의지 같은 점도 무시할 바는 아니라 본다. 무용인이나 그 분의 작품이 마케팅에서 구심력일 텐데, 앞서 말한 차이는 구심력의 차이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참 고맙다는 반응을 끌어내는 무용인도 보게 된다.

사회: 공연 현장 일선의 경험을 토대로 하시는 말씀이므로 더 무겁게 들린다. 그리고 무용인과 극장의 공동 협력이 관객 개발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에 동감한다. 그러면, 실제 마케팅 측면에서 무용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을 듣고 싶다. 

최진용: 무용인은 예술가이자 1인 미니 기업의 대표이사이다. 춤을 추는데 어찌 기업의 대표이사냐 라는 의식은 곤란하다. 그래서 무용인도 경영 강좌를 자주 접할 필요가 있다. 패션에서, 밀라노가 런던에 밀린 이유는 경영 수업 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이 있다. 우리 춤계에서 경영 의식이 더 요망된다. 물론 무용인들 나름으로 경영을 하리라 본다. 이제 경영의 범위를 넓혀 일례로 만나는 사람들을 자신의 팬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공연 예술인이 소극장 규모에 맴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나는 극장 경영 일선에 선 입장인데, 나의 주소록에 입력된 수백 명 무용인 가운데 연말연시에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받아본 무용인은 손꼽을 정도이다. 

황금실: 연초에 어느 무용인이 보낸 동영상 연하장을 받아 보셨는지. 단체를 홍보하는 영상이었는데, 거기에 자신이 5시간을 들여 만든 것이라는 메시지도 첨부되어 있었다.

사회: 경영 또는 경영 마인드를 연구하여 자신의 공연 활동에서 체질화하는 노력이 춤계에서 일반적 현상이 되었으면 한다. 무용가들 중에도 간혹 경영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바람직한 일이다. 독자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들을 소개해주었으면 한다. 

최진용: 1월 7일 토요일 케이비에스 아침마당 노래자랑에 이원국발레단 단원이 자기들 단체 홍보차 나왔더라. 이 단체는 매주 월요일 상설무대 공연을 4년째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하니까 자기 홍보 차원에서 후원자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철진씨도 승무 공연을 몇 해 지속하고 있다. 어떤 무용가는 교수직을 그만 두고 다시 유학 가서 돌아온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자기 경영을 새롭게 하려는 본보기로 들어진다.

이은영: 나에게 꾸준히 자료를 보내는 무용인도 있다. 그 무용가가 2011년 물래아트페스티벌에 출연한다고 해서 문래동 예술공장을 헤매며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이 무용가는 자신의 개인 무대만이 아니라 타 무용인들의 공연소식도 보내오기도 한다. 또한 자기의 직계 후배가 아니더라도 후원하려는 행동을 자주 보이더라. 그런 터에 2011년 12월 중순 한 문화예술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그 무용가가 간단한 공연을 마련했다. 이날 짧은 공연이었지만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무대였다. 그 무대에 어느 촉망받는 청년 무용인의 춤을 소개하고 이후에 참석자들에게 장학금을 모아주도록 부탁한 일이 있었다. 그날 즉석에서 수 백만원의 장학금이 모였다. 그날 참석자들이 후일 장학금을 추가로 더 모아줄 것으로 들었다. 이 무용가도 그를 위해 자신도 어려운 속에 있지만 그 청년무용인을 위해 의상비도 대는 등으로 그를 후원도 하고 또 이처럼 다른 분들에게 후원을 부탁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다웠다. 혹 자신이 주변에 특정인을 편애한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겠으나, 이를 무릅쓰고 재능있는 무용수를 키우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또 무용인 출신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어려운 무용수들을 위해 꾸준히 돕는 미담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춤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으로서 매우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관객 저변을 넓히면서 좋아하도록 만들고 춤 후배들을 후원하는 활동을 선배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 이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30, 40대 무용인들이라 생각한다. 

황금실: 2011년 상반기 한팩 기획 공연에 참가한 어느 안무가는 식사를 거르더라. 주변에서 식사 좀 하고 공연하라고 사정할 정도였고, 또 공연 중에나 공연 후에나 계속 관객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2011년 중반기 다른 공연에서 춤 공연 대본을 깡그리 수록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려면 대본을 철저하게 다루어야 하고 사람들을 잘 관리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준비가 남달랐을 것이다. 이 행사 과정에서 이 무용가는 야외 공연 행사에 대해서도 계속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주며 한팩에서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였다. 물론 제가 현장 PD가 아니어서 저에게 제안하여 무슨 필요가 있겠나 생각들 법도 하겠으나, 그런 제안을 들으면 대개는 한팩 내에서 공유하기 마련이므로 도움이 되거나 효과를 발휘할 경우도 없지 않다. 말하자면 이런 적극성이 필요하다. 

이은영: 언론 입장에서 많은 자료를 접하게 된다. 보고 싶은 공연, 소개하고 싶은 것은 물리적으로 제한된다. 그러므로 관계자나 관객이 오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홍보팀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고, 공공기관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민간단체 경우도 꾸준히 보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어느 장르에서나 텍스트가 부실해서 곤란한 경우도 물론 있다. 프리뷰로 보내려면 프리뷰에 적절한 내용 구성이 필요하다. 우리 신문은 그 분야의 전문잡지나 일간지가 다루지 않는 것을 주목한다. 어느 분야든 전문지는 전문인들만의 리그 아닌가. 일반 관객이나 대중이 공연 보러 가려면, 매체가 필요할 것이어서 무용가와 제3의 매체가 서로 윈윈하는 방식도 무용인이 모색하면 효과가 있을 것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동반 성장 개념을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 전문지나 일간지를 제외한 매체들이 지금은 많으니까, 아이디어를 무용인이 먼저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 대중들을 문화예술로 흡수하는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우리 신문도 무용인들에게서 간혹 제안을 받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이 반복되면 외연이 넓혀질 것은 확실하다. 

사회: 춤이나 다른 공연예술이나 이른바 순수예술을 지향하다보면 매체에서 노출 빈도가 적어지고, 이는 관객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는 전문지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야 하고 또 그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매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심지어 스마트폰에서 존재한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는 순간 세상을 다르게 대할 것이다. 춤 공연은 대개 홍보 기획을 아웃소싱하는데, 무용가와 홍보 기획이 손발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런데 춤 작품들이 개별적으로는 공연 기간이 매우 짧은 점을 흔히들 일반인 대상 홍보에서 제약으로 든다. 그러나 공연 기간이 어떠하든 간에, 무용인이나 전문인 위주의 유통 방식은 탈피해야 한다. 

황금실: 공연예술이 관객을 개발하려면 일반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 저는 연극 공연을 보는 동호회에 관계하며 조언을 많이 하는 입장이다. 제가 정해주는 공연은 무조건 보는 편이다. 한 달에 두어 번 권하는데, 5년 정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제 춤을 보여줄 때라 생각하게 되었다. 성균소극장에서 장기 공연했던 승무 공연을 소개했더니 반응이 좀 있었고 승무 마니아도 생겼다. 또 현대춤도 보여줬더니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이은영: 대학 졸업할 때까지 공연장 한 번 안간 사람들이 지금도 흔하다. 그들에게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장을 데리고 갔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표를 사서 나를 초청하는 식으로 상황이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 사회의 일반 마케팅에서도 공연을 활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자기들만의 발표회 수준을 벗어나려면 관객 개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진용: 연말 춤계의 여러 공식 행사 참석한 바 있다. 대개 고급 호텔에서 진행된 행사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들 행사에서 외화내빈을 느꼈다 하면 혹시 지나치게 들릴지 모르겠다. 물론 후원을 얻어 그런 장소에서 진행한다면 후원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후원자가 원해서 그러는 경우도 없지 않을 듯하다. 이럴 경우에라도 후원자가 새롭게 사고하도록 설득할 수도 있을 텐데, 말하자면 나로서는 보다 실용실질적인 행사 진행이 아쉬웠다. 정책 담당자와 함께 큰 규모의 간담회를 갖거나 기획자를 모아 춤을 더 이해시키거나 하는 등등의 노력이 병행되었더라면 싶었다. 공공 극장에서 춤을 기획하면 무용인들과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무용인들은 자신들과 극장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춤 공연 행사에 대해 함께 경영한다는 의식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춤계의 큰 기구들이 극장 경영진들을 모아 이해시킬 필요도 있는 것이다. 1년에 한 두 번 정책이나 공공극장 경영 방면의 사람들을 모아 생산적 간담회 등을 공개적으로 여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연극의 경우 협회가 정책을 위한 아이디어 등을 힘을 모아 집약하고 공론화시키지 않는가. 문화환경이 급변하니 사실 공연예술 어느 분야에서나 재교육이 시급하다. 재교육은 무용가, 무용수에게만 필요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요구된다. 춤계의 협회나 큰 단체들은 앞으로 무용인을 위한 경영 교육, 문화 교육 등 재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본다. 춤이나 사람의 속성에 비추어 화려한 무대나 진행 같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 자체를 낭비로 보면 곤란하다. 외부인들과의 만남을 활성화하려면 화려함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다만 춤계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이 병행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말 춤계 행사를 그렇게 간접적으로 재교육 계기로 활용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은영: 지난 여름 M극장에서 올려진 무대는 남성 무용가들만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필요하고 돋보이는 작업이라 본다. 남성 무용가들이 겪는 애로 사항들도 이런 기회에 많이 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남성 무용가들을 고무하는 행사들이 불어난다면 춤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지금의 20대는 국내외적으로 활약할 무대가 많아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금 30대나 40대는 성장기에 그런 무대가 적었던 게 아닌가 한다. 현상황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발상을 일반화하는 데 있어 재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 순수예술이 위축되는 상황이 거듭되어온 현추세에서 어쨌든 무용인들이 극장과 손잡고 난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냥 손잡고 대처하기보다는 문화환경이 급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서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된 대처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전 시각에 맴도는 교육으로는 자꾸 대처하기가 곤란해질 것이고, 실질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재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든 그 효과는 새로운 또는 충실한 발상으로 현실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발상을 위해 마음 먹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재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최진용: 제 관점에서 보자면, 융합과 마케팅 시대에 적응하는 재교육이 시급하다. 해외에서 입신한 우리 무용인들이 성공한 비결을 들어보면 한결 같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소감을 밝히는 것을 들었다. 이것은 평소의 꾸준한 자기 교육에 해당한다. 

이은영: 2010년 우리 신문 창간 2주년 행사에 현대춤 공연을 15분 정도 삽입했는데, 중년층들까지도 매우 인상깊게 받아들이며 좋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공연장에서는 관객이 한산하듯이 전반적으로 기획이 내실을 기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그러자면 무용가 스스로 돌파구를 열어야 하고, 재교육은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직업 훈련이나 교육비 보조 공공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저 역시 자기 교육으로서 독서를 많이 권유하는 편이다. 텍스트를 많이 소화한 사람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낼 확률이 높은 것은 정칙이다. 우리 매체에서도 춤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좋은 텍스트를 갖춘 작품이 소개하기도 수월하다. 

황금실: 경험상 관객들은 스토리에 기우는 관객, 영상 이미지에 기우는 관객으로 대별된다. 이미지에 기우는 관객은 대개 춤 관객들이다. 내밀한 재미를 주는 무대가 제공되면 관객들은 완전히 반한다. 블루 레이 수집광들이 춤 마니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지가 주는 매력을 무용가들이 더 파들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만큼 춤 관객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충실한 무대를 구축한다면 춤의 가능성도 더 실현될 것이다. 넉넉한 시간을 갖고 기획도 최소 3달 전에 시작해야 하겠지만, 특히 젊은 무용인들은 나의 고민거리, 나의 마음을 제대로 사유하는 텍스트를 갖춘 춤을 유념해주었으면 한다. 삶을 성찰하는 작품을 염두에 두고 대중의 눈높이와 소구하는 바에 맞춰나갔으면 한다. 

사회: 춤이 어떤 관객층을 지향하든 성찰력이나 통찰력을 담는 것은 필요하다. 그래야 예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서 등 자신을 위한 재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간 공연예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교육에서 제공받지 못한 교육을 무용인 스스로 타개하는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 춤계의 책임 있는 공적 기구들도 이런 점을 주시하고 재교육의 장을 새롭게 펼쳐야 한다는 데 동감이다. 끝으로 춤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란다. 

최진용: 공립 극장을 경영하다보면 행정직과 예술감독 간에 의견이 맞설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예산과 관련하여 어떤 의상을 선택할 것인가 등의 문제처럼, 이럴 경우 나는 예술감독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도록 조치하는 편이다. 우리 극장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춤 공연을 만들었는데, 대중적 소구력이 컸다. 올해는 발레를 주제로 한 행사와 춤과 미디어의 만남을 기획할 예정으로 있다. 또 현대춤 경향에만 치중하는 듯해서 전통춤 관련 페스티벌을 문화부 후원으로 할 예정인데, 10월에 전국 탈춤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은영: 지난해가 최승희 탄생 100주년인데 새롭게 최승희를 조명하면서 든 생각은 최승희 같은 춤계의 한류 스타가 나와 줬으면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소망하는 것은 전통춤, 현대춤, 발레 같은 춤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작품을 보고 싶다. 전체 내러티브 안에서 여러 장르가 융합하는 작품이 어필할 듯하다. 이를 위해 춤계가 단합해서 춤 붐을 일으켜 주었으면 한다. 

사회: 미디어 시대에 융복합이 강조되는 추세가 춤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움직임의 융합도 그런 시각에서 수용할 만하다. 무용인들이 더러 힙합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것이다. 2011년에 한팩에서도 그런 춤 공연을 기획하였고 올해도 계속 이어질 줄로 안다. 오늘, 춤에서 관객 개발을 화두로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팬 관리를 다소 전략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고 또 경영 시각이 체질화되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를 위해 재교육이 강조되었다. 특히 시대 환경이 급변하는 점을 상기하면, 이제는 마침내 스마트폰 시대이므로, 춤계의 공적 기구 차원에서나 무용인 개인 차원에서나 재교육에 더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장시간 좌담 감사드린다.

 

2012.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