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근대춤자료사』(1899~1950) 출간한 김종욱
기초자료 발굴과 연구 부족한 무용학계에 자극

 

1984년에 단국대학교 공연예술연구소가 펴낸 『근대한국공연예술사 자료집 1』은 근현대 공연예술 연구자들에게 개화기부터 1910년까지의 공연기사들을 제공함으로써 공연예술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었다. 이 자료집 출간의 실제 담당자였던 김종욱(金鐘旭) 선생이 지난해 가을 1899년부터 1950년까지 신문과 잡지에 실린 춤 자료들을 모아 『한국근대춤자료사』(도서출판 아라, 860쪽)를 펴냈다. 김종욱 선생을 만나 자료 발굴과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김영희 대단한 작업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전에 선생님이 『춤』지에 연재했던 자료들을 보며 근대춤에 관한 공부를 했었습니다. 『한국근대춤자료사』를 먼저 소개해주시지요.
김종욱 네. 『춤』지에 실렸던 기사들과 잡지 자료, 그 때 빠졌던 전통무용 기사들을 모아 실었어요. 내용이 생략되었던 기사도 실었구요. 책으로 나오고 보니까 오자도 많고 탈자도 많네요.

신문에 실린 사진도 넣었으면 좋았겠어요.
신문에 실린 사진들이 상태가 안 좋으니 출판사에서 빼자고 했어요. 근데 춤 사진이 상황을 보려는 거지, 잘 된 사진을 뚜렷한 걸 보는 건 아니잖아요. 사진을 보면 아리랑을 이렇게 췄다는 거를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 책을 만든 취지가 학술에 관한 건데. 불만스러운 점은 국한문 혼용으로 해야 하는데 전부 현재 한글체로 했어요.

언제부터 근현대 기간의 예술관련 자료들을 찾기 시작하셨는지요?
대학원 다닐 때부터 자료 찾는데 재미가 들여서 자료를 좀 찾았어요. 1967년도쯤인가 문학사 연구하시는 조연현 선생님이 언젠가 날 보더니 현대문학사를 쓰는데 도와달래요. 대학원 다닐 때였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책을 다 만든 후에는 뽑은 자료들을 자기만 쓰기 아까우니 『현대문학』에 연재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15년간 연재했지요. 그때부터 아는 사람들이 자료를 뽑아달라고 하기도 했구요. 단국대 공연예술연구소에 있을 때는 연극 중심으로 자료를 모았고, 그래서 자료수집이 여러 분야로 확산된 거예요. 자료를 모으는 거는 쉽지만 그걸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죠.

처음에는 문학 자료부터 뽑았군요. 영화총서도 내셨지요?
2권 냈어요. 『실록 한국영화총서』라는 제목으로 8년 동안 자료수집하고 정리해서 2002년도에 800페이지로. 제가 영화를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극장에 가서 영화를 많이 봤는데 영화 보러 다니면서 지금까지 DVD를 8천장을 모았어요.

영화자료집도 영화보시면서 모으신 거군요. 단국대 공연예술연구소에서 낸 자료집이 개화기부터 1910년 까지였죠.
네. 그 다음 시기들 자료를 후속으로 쭉 낼 예정이었는데 다 하지 못했어요. 연구소에 실무진이 없었어요. 그 대신 이런 책이 나왔네요.

『춤』지에 춤 기사를 내실 때는 단국대 재직 중이었죠? 조동화 선생과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조동화 선생하고 나하고 인연이... (웃음) 제가 돈이 없으니 자료를 보고도 못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도 외상을 지고라도 사는 경우가 있는데, 공연예술연구소는 재정이 넉넉지 않았어요. 1981년도에 단국대 공연예술연구소에 가니까 초봉이 11만원이었어요. 근데 11만원짜리 월급쟁이가 8만원짜리 포스터를 샀어요. 하루는 장안평에 고서점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어요. “연구소에 있으신 거 아는데 구경 오십시요. 좋은 거 나왔습니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갔더니 최승희 포스터가 있는 거예요. 사진은 아니고 최승희를 그린 거예요. 처음 보는 거였어요. 그래 얼마냐고 먼저 물었더니 한마디로 8만원이래요. 그냥 돌아왔는데 그날 밤에 잠을 못자겠더라고요.

다른 자료까지 보라고 불렀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표구까지 해놨는데. 다음 날 돈을 마련해서 달려갔지요. 앞으로 돈을 갚을 거는 뒷전이고, 11만원짜리 월급쟁이가 8만원에 그걸 사와서 벽에 걸어놨지요. 그리고 제가 자료를 발굴하면 신문에 기사 내는 걸 좋아해요. 다음날 5개 일간지에다 최승희 포스터가 나왔다고 발굴기사를 보냈는데, 대서특필됐지요. 그게 1983년도쯤 되지요.

그때는 최승희가 아직 해금되지 않았을 땐데요.
최승희가 거물이라서 그런지 봐 주더라고요. 그렇게 기사가 나왔는데 바로 그 다음날 조동화 선생하고 김경애 씨가 연구소로 왔어요. 느닷없이 최승희 포스터를 확인하시더니 벽에서 떼서 둘둘 말아서 획 나가시는 거예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건 예의가 아닙니다” 그랬더니 김경애 씨가 나한테 조동화 선생님이 그 기사를 보시고 잠을 못 주무셨다고. 그러더니 김경애씨가 봉투를 주고 가버렸어요. 나는 벽에 딱 하루 걸어놓고 봤는데 어이가 없어서 참. 그걸 팔겠다 이런 마음 추호도 없었거든요. 그게 인연이 되서, 조동화 선생이 춤관계 자료로 매달 포스터를 소개하는데 기록으로 나오는 게 있으면 춤 자료를 연재하라고 해서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연재하기로 하고, 또 하나 조건이 전통무용 기사는 다 빼라는 것이었어요. 현대무용 과 발레, 창작무용 이런 거만 하고. 하지만 전통무용 기사를 내용은 넣지 못할망정 제목은 넣어야겠다 해서 눈치껏 넣었지요. 전통무용이 있으니까 현대무용도 하고 발레도 한거 아닙니까. 한성준도 도저히 뺄 수가 없더라고요.

일제강점기 춤 기사에서 기억에 남는 기사는 어떤 거였어요?
최승희 기사가 압도적이죠. 그리고 조택원, 박영인, 평론가 문철민도 있었고. 신문 사진도 넣었었는데 나중에는 지면이 부족하다고 빼고. 만약 이 책의 후속편 2집을 1951년 피난시절부터 1979년까지 낼 기회가 있으면 사진도 넣으려고요.

도서관마다 특징이 있잖아요. 어떤 도서관은 신문이 많고, 어떤 도서관은 잡지가 많고요.
국립도서관도 있고, 종로 도서관도 있고, 또 대학도서관을 무시 못해요. 그중에 제일 많이 본 데가 국립도서관이죠. 근데 해방되고 한국 전쟁 때 자료가 없어졌다고 그러는데 그게 핑계에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제가 그때 봤던 자료가 지금은 없어요. 그리고 원본이 부식되잖아요. 복사 한번하면 신문 부스러기가 우스스 떨어져요. 여러 사람을 위해 마이크로필름으로 해 논건 열 번 잘한 거예요.

도서관에서 옛날 자료 보시기 불편하지 않았나요?
자료가 부식되니까 원본을 잘 안 보여줘요. 그리고 디지털화 했단 말이에요. 근데 일제강점기 자료들은 잘 안보여요. 그래서 원본 보여 달라고 싸우지요. 국립도서관은 전세방 살이로 자기 건물이 없이 돌아다녔었어요. 총독부 도서관부터 시작한 거 아니에요 그 역사가. 롯데 백화점 옆에 있었어요. 그렇게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자료를 분실했을 수 있고. 남산 어린이회관에 있다가 겨우 서초동으로 자기 건물 지어서 간게 전두환 대통령 때였어요. 옆에 예술원, 학술원이랑 같이 지었지요.

요즘에 각 일간지나 언론진흥재단에서 신문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볼 수 있는데요. 책이나 신문을 보지 않고 기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그런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게 한계가 있어요. 총망라하지도 못할뿐더러. 샘플링 하는 정도에요. 중요한 신문 4대 일간지가 복원을 해서 영인본으로 나왔어요. 활자가 작지만 없는 것보다 낫지요. 그리고 인터넷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타가 나와요. 그걸 그대로 베끼고 또 베끼죠. 그래서 인터넷은 신뢰가 가지 않지요. 연구하려면 원본을 봐야해요.

무용, 영화 말고 앞으로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해방 되고 일 년 동안 일간지에 실린 예술관련 기사들이 많지 않아요. 근데 예술통신사라고 해방 후부터 나와서 예술 관련 기사를 실었고, 1946년 11월부터 문화일보로 바뀌는데 전 장르가 다 들어가 있지요. 이 자료들을 영인본으로 해서 책이 나왔는데 결호가 있어요. 근데 결호 없이 이 자료가 나와서, 결호를 다 채울 수 있는 거예요. 코주부 만화 그린 김용환의 만화도 연재됐어요.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자료를 모은다고 능사가 아니라 잘 판단해야 하고, 출판사가 나서야 해요.

저는 일제강점기 기생에 관해 연구를 했거든요. 기생 기사는 어떠셨어요?
신문에 난 기사는 그때그때 시사적인 기사들이고, 재미있는 것은 잡지가 낫지요. 근데 잡지는 결번이 많아요. 재미있게 나가다가 폐간되거나 끊겨요. 신문은 그런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신문을 먼저 보고 잡지를 봐요.

그렇군요.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앞으로 다른 자료집도 출간되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2015. 02.
*춤웹진